기사 메일전송
[단독] 택시 노사 또다시 ‘리스제’ 천명…왜?
  • 이명철 기자
  • 등록 2020-10-26 16:17:39

기사수정
  • 경영난 돌파구·고용형태 다양화라지만…실현 가능성 의문

서울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교통일보 자료사진)

택시 노사가 ‘리스제’ 추진을 또다시 들고 나왔다. 전국택시연합회와 전국택시노련은 지난 22일 대구 엑스코 인터불고 호텔에서 택시중앙노사협의회를 열고, ‘사내 개인택시(리스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사내 개인택시는 택시회사가 운송사업면허를 기사에게 임대하고, 일정 금액을 리스비(임대료)로 받는 방식이다. 택시기사는 리스비를 회사에 납부하는 대신 개인택시처럼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현재 전세버스나 화물차의 지입제와 유사하다.

 

두 단체는 이미 3년 전인 지난 2017년 12월28일 사내 개인택시를 도입키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개인택시업계의 반발과 택시노조의 또 다른 한 축인 전국민주택시노련의 반대, 정부의 시큰둥한 반응 등으로 유야무야(有耶無耶)됐다가 이번에 재차 제기한 것이다.

 

택시연합회는 사상 유례없는 회원사 택시업체의 경영난을 돌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또다시 리스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장기 근속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개인택시 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도입해 보자는 취지다.

 

두 단체는 사내 개인택시 도입을 통해 새로운 근로 의욕 고취와 승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 효과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불법인 택시 도급·지입제를 합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선, 국민적 시선이 따갑다. 현재 택시 경영난은 기사들에 의한 사납금 의존과 이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성, 서비스 불량으로 인한 승객 감소 등 택시업체들이 자초한 면이 큰데,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또 다른 손쉬운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택시노조의 또 다른 한 축인 민주택시노련의 반대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민주택시노련은 3년 전에도 리스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 리스제에 합의한 전국택시노련과 충돌을 빚었다.

 

민주택시노련 관계자는 “사내 개인택시는 지입·도급 택시를 운영하겠다는 음모”라며 “택시노동자를 임금도 못 받고, 노동법 적용도 못 받는 특수고용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선언문을 낸 전국택시노련 측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개인택시업계도 사내 개인택시가 도입되면 기존 개인택시업권이 침해당할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법인택시 노사가 사내 개인택시 도입을 추진한다면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개인택시 기사는 “정부가 1979년 면허 대여 금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존 지입차주들의 반발로 한시택시가 도입됐는데 이들 택시들이 모두 개인택시로 편입됐다”며 “사내 개인택시가 도입되면 개인택시가 또다시 희생된다”고 주장했다. 

 

택시 리스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뚜렷하지는 않지만 반대 기류가 강하다. 다만 2016년 국토교통부의 제1차 택시산업발전 기본계획에서 ‘택시 임대제 허용 방안’ 등이 나온 바 있으나 국토부의 추진 의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서울시의 택시발전모델에서 법인택시 (리스)운전자격제 도입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국토부는 현재 수입금 전액관리 월급제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택시 노사의 이런 제안을 수용하기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택시연합회와 택시노련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해서인지 정부 창구보다는 국회를 통한 법률(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택시발전법) 개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이를 위한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한국형 택시경영 및 근로 형태 다양화’를 주제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다음 달에는 전국의 산하 사업장의 노사 위임장을 받아 최종 합의문을 체결하고 12월 중 국회에 제출해 강력한 의지를 피력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는 리스제를 또다시 들고나온 데 대해 박복규 현 택시연합회장이 차기 회장선거에 대비한 공약사항과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택시연합회는 내년 초 차기(제25대) 회장을 새로 선출할 예정인데 지난 1999년부터 현재까지 22년간, 8대에 걸쳐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박 회장의 출마와 연임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너무 오래 집권하고 있다는 비판에 박 회장이 리스제 추진을 또다시 내세워 장기집권의 문제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 공동선언문에는 택시가 대중교통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이것 또한 마찬가지로 보는 시각이 많다.

 

택시도 버스·지하철과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이 2012년 12월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여론의 강한 질타와 이명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사실상 끝난 일이나 그 이후에도 박 회장은 꾸준히 택시 대중교통 포함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이명철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제21회 자동차의 날, 미래모빌리티 시장 선도 다짐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기업 임직원 등 자동차업계 관계자 300여 명과 강경성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21회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를 9일 서울 JW메리어트에서 개최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024. 5. 9(목) 14:30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2. 대구교통공사 등 3곳 철도안전관리 '최우수'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내 21개 철도운영자 및 철도시설관리자(이하 철도운영자등)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한 ‘2023년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교통공사올해 21개 철도운영자등의 수준평가 결과, 평균점수는 85.04점을 기록하여 작년(86.74점)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과거 5개년 평균(83.39점) ...
  3. 5월 20일부터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자동차 불법 튜닝, 불법명의, 무단방치 등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질서있고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을 위해 5월 20일부터 6월 21일까지(한 달간) 경찰청,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을 실시한다. 불법자동차 단속 자료사진 주요 단속 대상은 불법튜닝 및 안전기준 위반, 불법명의(일명 대포차), 무단방치 등 교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자동차이다. 특히 이륜
  4. 광주시 "택시부제 재도입 추진"…국토교통부에 심의 신청 광주시가 택시부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광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16일 택시부제를 다시 도입하려고 최근 국토교통부 택시정책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국토교통부는 2022년 11월 특광역시를 포함한 33개 지자체를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으로 보고 택시부제를 해제했다.법인 택시 업계는 그동안 부제 해제로 택시가 과.
  5. ‘한강 리버버스’ 명칭 공모…13일~22일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 서울시가 전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는 10월 한강에 선보이는 수상 교통수단 ‘한강 리버버스’의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 서울시는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시한다. 서울시는 이달 13일(월)부터 22일(수)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
  6. 교통사고 사망자 연간 100명대…부산시, 맞춤형 대책 마련 교통사고 사망자 연간 100명대…부산시, 맞춤형 대책 마련 고령자·이륜차·화물차 안전 강화 중점 4개 분야 35개 과제 추진 부산미래혁신회의 [부산시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교통사고 취약 분야에 대한 맞춤형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부산시는 16일 오전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
  7. 구로구,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 실시 구로구가 11월 8일까지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2024년 찾아가는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에서 교육을 듣고 있다.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자전거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올바른 교통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 대상은 어린이집, 유치
  8. 日혼다, 전기차·소프트웨어 투자 2배로 늘린다…"87조원 투입"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가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조엔(약 87조원)을 투자한다고 16일 밝혔다.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개최한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혼다는 지금까지 전기차 등에 5조엔(약 43조5천억원)을 투자할 방...
  9. 현대모비스, 전국 초등학생 대상 대규모 안전 체험교육 제공한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교육지원청 산하의 250여 개 초등학교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안전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교육지원청 산하의 250여 개 초등학교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안전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그 동안 현대모비스는 공모를 통해 선발한 개별 초등학교를 찾아
  10. 인천시, 남동택시쉼터 환경개선 완료 인천광역시는 택시운수종사자들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남동택시쉼터의 환경을 개선하고 전기 충전기 설치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남동택시쉼터개소한 지 10년 이상 돼 노후된 남동택시쉼터 내부를 리모델링해 1층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쉴 수 있는 카페 공간을 조성하고, 2층에는 장시간 운전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