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택배 분류업무, 누가 할 일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9-19 20:57:25

기사수정
  • 노조, 작업 거부 철회했지만…기사들-업체 시각차 여전
  • 법적 기준 마련 등 명확한 정리 필요

택배 분류작업 모습

추석을 코앞에 두고 택배 배송을 위한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했던 택배노조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택배 분류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 문제를 놓고 업체들과 기사들 간 시각차는 여전하다.

 

18일 택배노조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추석 성수기 동안 인력을 추가 투입하기로 한 정부의 대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택배 분류작업 거부 방침을 하루 만에 철회했다. 

 

앞서 17일 대책위는 “21일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택배기사 수는 약 5만명으로 분류작업 거부에는 택배노조원 등 4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택배노조는 인력 추가 투입에 따라 오는 23일부터 출근 시간을 오전 9시로 평소보다 2시간 늦추기로 했다. 휴식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노조의 분류작업 거부 철회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택배 분류작업이 누구의 업무인가에 대해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류작업은 일반적으로 허브터미널을 거쳐 지역터미널로 넘어간 주문 물량을 배송 지역별로 구분하는 업무다. 컨베이터벨트를 통해 나오는 개별 물량의 주소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택배기사들은 자신들의 고유 업무가 아닌 택배 분류작업을 보상도 없이 맡아 처리하면서 극한의 과로로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 비대면 소비 급증으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루 근무시간(13~16시간) 가운데 절반 가량을 분류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때문에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배송물량이 많아지면 개인적으로 분류작업에 알바를 쓰는 택배기사들도 있다고 한다. 정말 내 몸이 못 견딜 것 같은 일부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에 알바를 투입해서 2~3시간 정도 늦게 출근해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물론 알바비는 모두 택배기사들이 부담한다.

 

택배기사 A씨는 “물량은 넘쳐나는데 당일 배송 규정에 따라 일을 하다 보면 정말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기사 입장을 고려할 때 분류작업은 장시간 공짜노동을 제공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택배업무는 크게 분류작업과 배송으로 구분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류작업이 택배기사 고유 업무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다. 30여년 전 국내에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이후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을 관행적으로 맡아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배송물량 증가와 함께 분류작업에 대한 택배기사들의 불만도 누적돼왔다. 이번 분류작업 거부 선언도 올들어 팬데믹 여파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면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배송 건당 수수료가 택배기사들의 수입을 결정하는 국내 택배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할 때 예견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택배기사와 업체(대리점)가 맺은 계약서에도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은 명시돼 있지 않다. 택배노조 측은 택배기사들이 을의 입장이라 상당수가 계약서를 쓰지 않는 데다 어쩔 수 없이 관행이라는 이유로 분류작업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체들은 택배기사의 업무에 분류작업이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분류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적지는 않지만 노동강도 자체는 높지 않아 택배기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택배 대리점 업무에 화물 분류작업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의 2011년 대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당시 판결은 택배회사와 대리점 간 다툼을 다룬 것인 데다 그동안 택배시장이 크게 바뀐 만큼 다른 판단이 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분류작업에 대한 법률적 명시와 택배기사 근로조건 개선 등 구조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노조 측은 분류작업 거부를 철회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약속한 인력 투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다시 특단의 대책을 취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일각에서는 기사들-업체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분류작업에 드는 비용 부담이 추가되고,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장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제21회 자동차의 날, 미래모빌리티 시장 선도 다짐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 기업 임직원 등 자동차업계 관계자 300여 명과 강경성 1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제21회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를 9일 서울 JW메리어트에서 개최했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024. 5. 9(목) 14:30 서울 강남구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2. 대구교통공사 등 3곳 철도안전관리 '최우수'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국내 21개 철도운영자 및 철도시설관리자(이하 철도운영자등)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한 ‘2023년 철도안전관리 수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대구교통공사올해 21개 철도운영자등의 수준평가 결과, 평균점수는 85.04점을 기록하여 작년(86.74점)보다 소폭 하락했으나, 과거 5개년 평균(83.39점) ...
  3. 광주시 "택시부제 재도입 추진"…국토교통부에 심의 신청 광주시가 택시부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광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광주시는 16일 택시부제를 다시 도입하려고 최근 국토교통부 택시정책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했다.국토교통부는 2022년 11월 특광역시를 포함한 33개 지자체를 택시 승차난 발생지역으로 보고 택시부제를 해제했다.법인 택시 업계는 그동안 부제 해제로 택시가 과.
  4. 5월 20일부터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자동차 불법 튜닝, 불법명의, 무단방치 등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질서있고 안전한 도로환경 조성을 위해 5월 20일부터 6월 21일까지(한 달간) 경찰청,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자동차 일제단속을 실시한다. 불법자동차 단속 자료사진 주요 단속 대상은 불법튜닝 및 안전기준 위반, 불법명의(일명 대포차), 무단방치 등 교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자동차이다. 특히 이륜
  5. 교통사고 사망자 연간 100명대…부산시, 맞춤형 대책 마련 교통사고 사망자 연간 100명대…부산시, 맞춤형 대책 마련 고령자·이륜차·화물차 안전 강화 중점 4개 분야 35개 과제 추진 부산미래혁신회의 [부산시 제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교통사고 취약 분야에 대한 맞춤형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부산시는 16일 오전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 교...
  6. ‘한강 리버버스’ 명칭 공모…13일~22일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 서울시가 전 국민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는 10월 한강에 선보이는 수상 교통수단 ‘한강 리버버스’의 새로운 이름을 짓는다. 서울시는 13일부터 22일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시한다. 서울시는 이달 13일(월)부터 22일(수)까지 10일 동안 ‘한강 리버버스’에 대한 명칭 대국민 공모를 실
  7. 구로구,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 실시 구로구가 11월 8일까지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2024년 찾아가는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에서 교육을 듣고 있다. 어린이 자전거 교통 안전교육은 어린이들에게 체계적으로 자전거 교통안전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올바른 교통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 대상은 어린이집, 유치
  8. 현대모비스, 전국 초등학생 대상 대규모 안전 체험교육 제공한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교육지원청 산하의 250여 개 초등학교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안전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현대모비스가 국내 주요 사업장이 위치한 교육지원청 산하의 250여 개 초등학교학생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안전 체험교육을 실시한다. 그 동안 현대모비스는 공모를 통해 선발한 개별 초등학교를 찾아
  9. 日혼다, 전기차·소프트웨어 투자 2배로 늘린다…"87조원 투입"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가 2030년까지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분야에 10조엔(약 87조원)을 투자한다고 16일 밝혔다.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개최한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혼다는 지금까지 전기차 등에 5조엔(약 43조5천억원)을 투자할 방...
  10. 인천시, 남동택시쉼터 환경개선 완료 인천광역시는 택시운수종사자들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남동택시쉼터의 환경을 개선하고 전기 충전기 설치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남동택시쉼터개소한 지 10년 이상 돼 노후된 남동택시쉼터 내부를 리모델링해 1층에는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쉴 수 있는 카페 공간을 조성하고, 2층에는 장시간 운전으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