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홍 한국교통연구원 원장이 연봉과 별도로 연구원 예산에서 자신의 급여를 추가 책정해 받아왔고, 다른 사람이 번역한 책에 번역자로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번역료와 출판제작비도 연구원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8일 한국교통연구원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 원장은 2005년 연말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상·하반기마다 ‘연구장려금’ 명목으로 240만~500만원씩 연구원 예산에서 떼내 별도로 성과급을 받았다. 또 지난 3월부터는 연구원 내부 결재 절차를 거쳐 매달 150만원씩 자신의 고정 성과급을 신설, 정기적으로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 원장은 자신의 고정 성과급을 신설하는 서류에 직접 서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원장이 이렇게 받은 성과급은 지금까지 1천500만원 가량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원장은 정부가 책정한 ‘기본연봉’과 ‘성과연봉’ 외에는 보수 성격의 어떤 급여도 추가로 받을 수 없다. 총리실 관계자는 “‘정부 출연 연구원 원장의 보수는 이사회에서 정한다’고 정관에 명시돼 있다”면서 “연구원 원장이 정해진 연봉 이외에 별도로 성과급을 책정해서 받았다면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강 원장은 또 일본 아키타경제법학대학 지바 야스히로(千葉康弘) 교수가 쓴 ‘동북아 경제협력’이라는 책을 번역, 지난 6월 30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1천부 가량 출판한 뒤 관계자들과 지인에게 우편으로 무료 배포했다.
그러나 이 책을 실제로 번역한 사람은 전국버스연합회 부설 한국운수산업연구원 조모(37) 박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강 원장은 이 책에 자신의 이름을 ‘옮긴이’로 올리고 조씨 이름은 어디에도 올리지 않았다. 특히 강 원장은 조씨에게 지급한 번역료 290여만원은 물론 인쇄비와 배송비 등 이 책의 출판제작에 들어간 비용 1천여 만원 전액을 연구원 예산으로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며, 원장은 차관급이다. 강 원장은 2002년 노무현 민주당 대선후보의 교통특위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4년 9월 교통연구원의 전신인 교통연구개발원 원장으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재임해왔다.
한편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강재홍 원장은 얼마전에도 야당후보 공약검토를 위한 TF팀을 연구원에 두어 비난을 샀는데 이번에는 연구원 예산을 마치 자신의 저금통장으로 착각한 것 같다"며 "정부는 이런 낯 뜨거운 도덕불감증을 일방적으로 감싸고 돌기만 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