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1일, 서울시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과 동시에 전국 최초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노선, 배차간격, 차량댓수, 그리고 운송수입금 등의 모든 권한을 서울시에서 가지고 각 회사들은 서울시가 지시하는대로 운행만 하는 제도다.
이러한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적자 노선이라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고, 버스기사들 역시 안정적인 근무가 가능하다. 하지만 운송수입금에 비해 유류비, 인건비가 더 나가는 노선들로 인한 적자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준공영제 시행 이후 서울시는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수많은 노선들을 폐선 내지는 단축ㆍ변경했으며, 2005년 하반기에는 수많은 버스 면허를 말소시키는 대량 감차를 단행했고, 출퇴근 이외 시간 및 방학 기간 중에 운행 횟수를 줄이는 ‘쉬프트제’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 대중교통 체계 개편 이전에 비해 배차간격이 길어지고, 혹은 일부 중요한 노선이 사라지는 바람에 시민들이 오히려 불편을 겪는 일이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서울시가 내세우는 근거는 오직 "막대한 적자"이다.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으니 시민들이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서울시내버스가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면 굳이 시민 불편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많다.
첫째, 타이어나 경유 등을 업체들이 연합하여 공동구매를 하게끔 서울시가 독려한다면 얼마든지 그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적자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것으로 직결된다. 그렇지만 서울시는 이러한 제도를 전혀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 업체별로 독자적으로 행동하다보니 비용이 전혀 절감되지 않고 있다.
둘째, 부정승차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텐데, 현재 서울시내버스는 거의 부정승차가 단속되지 않고 있다. 예전같았다면 운송수입금이 곧 회사의 수익이었기 때문에 기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단속했었지만, 요즘에는 서울시에서 표준운송원가로 계산하여 일괄 지급하기 때문에 기사들의 단속이 매우 느슨해진 느낌이다.
셋째, 버스회사들이 서울시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금을 받고 있는가를 전혀 확인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버스업체 대표이사가 버스에 쓸 경유를 자신의 승용차에 주입하고,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사업에 유용한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부 버스업체들이 친인척을 버스기사로 허위 취업시켜놓고 임금을 타가고, 기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허위로 부풀려 받아 회사 간부 및 대표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건이 터졌다. 이것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적어도 수억원은 되는데, 서울시가 제대로 관리만 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돈이었다.
이런 식으로 돈이 낭비되는 것은 전혀 간과한채, 무조건 시민 불편만을 수반하여 적자를 줄이고자 하는 서울시의 정책은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다. 적자를 줄이는 것 그 자체는 바람직하겠지만, 보다 더 나은 방법을 택하지 않은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정책을 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는 이제부터라도 철저한 관리를 통해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인한 적자를 보다 합리적으로 줄임과 동시에, 애시당초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취지를 잊지 말고 서울시민들의 권익 향상에 주력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