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관련 의원입법발의가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에는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이 대표발의한 '택시 운전기사의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이같은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개정안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8조 2란을 신설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택시기사 자녀의 교육기회 보장을 위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택시기사 자녀중 고등학교 학생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대학생의 학자금을 융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택시 관련 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이 대표발의한 택시관련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택시 노·사가 팽팽한 대립을 보이며 진통을 겪고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초과근무수당 성격의 초과수입금을 최저임금 판단기준에서 제외하고 정액급여만으로 하자는 것인데 택시회사들은 택시운송업의 특성을 무시한 입법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택시연료인 LPG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하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개정안을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러 의원들 중에서도 11개월 동안 택시기사 생활을 한 박계동 의원이 앞장서고 있는데 이 개정안은 다른 운수업종과의 형평성 시비끝에 지난해 12월26일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갔으나 표결결과 부결됐다.
택시회사의 사남금제를 근원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국회의 단골메뉴다. 이 개정안은 지난 16대 국회 때도 의원입법으로 상정됐다가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폐기됐음에도 불구, 17대 국회 들어 열린우리당 이호웅 전 의원 등에 의해 다시 상정돼 선심성 내지 로비성 입법이라는 논란이 거세다.
택시관련 법안들은 우선 법률의 보편성 면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게 많은 법률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은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이어야 하는데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것. 한 법률전문가는 "사회 일부에게 적용되는 '택시'사항을 일일이 법률로 강제하는 것은 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법이 그 시행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단속인력이나 재정 등 정부의 행정역량을 고려하지 않은채 만들어진 일부 법안들은 시행 가능성과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이다. 이 법은 노·사 모두의 외면으로 사실상 사문화됐다.
한편 택시노조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열린우리당 송영길 의원은 2006년말 끝난 택시 부가가치세 50% 경감제도를 2008년 12월31일까지 2년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제안해 통과시켰다. 또 여당은 유류세 인상분(2001년 1차 에너지세제 개편 기준)의 75%를 지급해왔던 유가보조금을 100%까지 확대했다.
여야 할 것없이 많은 의원들이 앞다투어 택시관련 입법에 앞장서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택시 종사자들의 '표심'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시 종사자의 숫자도 많지만 택시기사는 이동하는 홍보요원이기 때문에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본회의 통과 가능성 여부를 떠나 택시관련 법안들이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의원들이 국민의 교통생활에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부 입법에 밀려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의원 입법 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기는 하나, 17대 국회의 의원발의 법안은 무려 5천321건이 제출됐지만 916건만 처리돼 가결률이 17%에 그치고 있다. 반면 정부 제출 법안은 863건 중 402건이 처리돼 46%의 가결률을 보였다. 그만큼 의원 입법발의는 부실한 것이 많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