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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례로 본 뺑소니죄 요건 및 예방법
  • 김봉환 기자
  • 등록 2007-05-29 22: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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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피해자가 다친 곳이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피해자와 병원, 경찰관에게 남겨라"

28일 대법원은 "특가법상 도주차량죄(뺑소니)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가해자의 `구호조치'와 함께 `신원확인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뺑소니로 기소된 운전자는 전체 7천666명이었으며, 2005년 7천430명에 비해 증가했다.

다음은 대법원 판례로 본 뺑소니죄 요건 및 예방법.

◇특가법상 `도주'에 관한 판례의 태도

△특가법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규정에 의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때'에 뺑소니로 처벌한다. 특가법상 도주란 사고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알고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떠나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나 경찰관 등 교통사고와 관계있는 사람에게 사고운전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경우 `도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신원확인조치가 도로교통법 규정에 의한 `사후조치'에 포함된다는 것. 즉 구호조치와는 별도로 신원확인조치를 요구하고 있으므로, 사고를 인식하고 도주의 범의가 있다면 뺑소니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해가 경미해 특별한 구호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뺑소니 차량을 보지 않는다는 입장도 두고 있다. 이 경우 `사고운전자가 최소한 사고 후 즉시 정차해 피해자가 다쳤는지 여부와 그 정도를 확인했을 때'에 한정하고 있다.

◇`구호조치' 여부

○구호조치 인정 사례

△대법원은 1992년 여러 건의 연쇄충돌사고가 발생해 가해자가 별도 신고 없이 경찰관이 출동해 조사를 하는 동안 피해자 일행이 지나가던 차량을 세워 피해자를 병원으로 보내자 그 일행에게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현장을 떠난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997년에는 가해자가 교통사고 피해자와 언쟁하다 아내에게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며 현장을 떠나고 아내가 사후처리를 한 경우 뺑소니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2002년 사고로 다친 가해자가 경찰관 조치에 따라 병원으로 후송되던 도중 경찰에 신고나 연락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가버린 경우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가 이뤄졌다'고 보고 가해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호조치 인정 안한 사례

△대법원은 2004년 사고 운전자가 인근 택시기사에게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겨달라고 요청했으나 피해자가 `경찰이 온 뒤 병원으로 가겠다'며 거부했고,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도착하기 전에 사고현장을 떠난 경우 `비록 운전자가 신원을 알 수 있도록 했더라도 충분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뺑소니로 인정했다.

◇`신원확인' 여부

○신원확인의무 이행 사례

△대법원은 1996년 피해자를 병원으로 옮기고 담배를 피우던 중 피해자를 태운 구급차가 다시 병원을 떠나는 것을 보고 간호사에게 행방을 문의했으나 알려주지 않아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경우 `비록 경찰에게 신고하지 않았고 자신이 가해자라고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더라도 도주차량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2004년에는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한 뒤 병원접수창구에 자신의 차량번호를 알려주고 접수를 마친 가해자에게 신원확인 의무를 다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원확인의무 이행 안한 사례

△대법원은 1999년 가해자가 피해자를 병원으로 데려다 준 뒤에 피해자나 병원 측에 아무런 인적사항을 알리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가 경찰이 피해자가 적어 놓은 차량번호를 조회해 연락을 하자 2시간 뒤 파출소에 출석한 경우 뺑소니 차량으로 인정했다.

△1997년 사고자가 자신을 목격자라고 주장한 경우 대법원은 `사고운전자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야기한 것으로 도주차량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에는 피해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인근 병원으로 간 뒤 병원 접수창구 의자에 피해자들을 앉히고 병원 직원에게 교통사고 피해자들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자신이 가해자임을 밝히지 않고 병원 밖으로 나가 도주한 경우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경미한 사고 사례

△대법원은 사고 운전자가 일단 정차한 뒤 차에서 내려 피해자와 대화 또는 언쟁을 하거나, 차에서 내려 피해자가 목을 주무르고 있는 것을 보고 운전차량을 현장에 놓아 둔 채 다른 사람에게 사고처리를 부탁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이탈한 경우 `구호조치 필요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뺑소니죄 예방법

△사고를 일으킨 경우 반드시 차량을 멈춰 세우고 피해자와 피해차량의 상태를 살핀다.

△피해자의 상태가 중하다면 곧바로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한다.

△피해자의 상태가 중하지 않다고 판단되더라도 반드시 피해자가 다친 곳이 있는지 질문해 확인한다.

△이 경우 피해자가 병원에까지 동행할 것을 원한다면 반드시 그 요구에 따른다.

△피해자와 담당 경찰관에게는 반드시 자신의 `인적사항(성명과 연락처)'을 알려준다.

△피해자와 경찰관이 자신의 차량번호를 알고 있다는 점만 믿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리는 것을 소홀히 하지 마라.

△간혹 피해자와 사이에 사고발생 책임을 놓고 언쟁을 벌이다가 구호의무나 신원확인의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사고 당시 감정적인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뺑소니의 책임까지 부담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의 경우에는 사고 당사자 모두에게 사고 후 조치의무가 있으므로 혹시 자신의 과실이 적다는 이유로 구호의무나 신원확인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하라.

대법원 배현태 홍보심의관은 "사고를 내면 반드시 차량을 멈춰 세워 피해자와 피해차량을 살피고 경찰 등에 신고해야 한다"며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피해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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