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부터 시범 운영중인 서울의 '택시요금 카드결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택시 기사들은 기사들대로, 손님들은 손님들대로 불만이다.
택시기사들은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택시요금을 신용카드와 선불 교통카드 등으로 결제할 수 있는 단말기를 장착했지만 고장이 잦은 데다 이용률이 낮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푸념하고 있다.
택시기사 이모 씨(55)는 "설치한 지 일주일만에 두 차례나 고장이 났다"며 "수리를 한 후에도 또 고장이 나 단말기를 떼러 대리점을 찾았지만 분리해지비 3만원을 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놔둔 채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 수수료 부담때문에 아예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기사들도 적지않다. 기사 김모 씨(40)는 "요금의 2.4%를 수수료로 떼면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요금이 소액이라면 단말기가 고장났다며 카드결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 결제 시스템이 설치된 택시를 타고 신기한 생각에 카드결제를 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한 승객들도 적지않다. 승객 이 모씨(30)는 "택시기사로부터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부담이 커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장거리 손님 외에는 결제를 해 줄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택시기사들의 반응이 이렇다면 결국 카드 결제 제도는 흐지부지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카드수수료 외에 단말기 관리비도 택시기사들에겐 큰 부담이다. 8월까지는 단말기 관리비 월 1만원이 면제지만 9월부터는 매월 내야 한다. 또 카드 결제가 보편화되면 택시 운행 수입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잡히는 점도 기사들에게 은근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택시요금 카드결제는 기사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며칠에 1건, 많아야 하루 1~2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카드 결제가 익숙하지 않아 단거리 승객들은 현금으로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카드결제를 할 때 인증을 받아 영수증이 나오는 데까지 시간이 걸려 그냥 현금으로 내는 경우도 많다는게 기사들의 얘기다. 또 LG카드, 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의 사용이 제한된 점도 카드이용이 저조한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서울시 전체 택시 7만 2천500대 중 5만 5천대에 택시요금 카드결제 단말기를 장착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말기를 설치한 택시는 3천대도 채 안된다. 단말기를 신청 혹은 장착했다가 해지한 건수도 한달 반 만에 173대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6월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본격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호응도가 낮아 시범 운영기간을 두 달 연장했다. 시는 기초 장착비 15만원을 지원해 주고 시범 기간 동안은 월 관리비 1만원도 일시 면제해 준다.
또 앞으로 서비스 확장을 위해 한 달에 일정한 건수를 올린 사업자에 대해 관리비를 면제해 주거나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말기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리콜을 해주고 있으며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라면서 "민원이 들어오는 것들은 실제 불량품인 경우도 있지만 택시기사들이 사용법을 몰라 고장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