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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비요금 신용카드수수료 기가 막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07-05-14 18: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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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의 두배…전체 가맹점 평균보다 높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입법 추진>

"자동차정비요금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골프장의 두 배가 넘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

자동차정비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정비업체에 적용하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3.6~4.0%로 전체 가맹점 평균인 2.37%의 1.5~1.7배에 달한다. 반면 골프장은 1.5∼2.2%, 종합병원은 1.5∼2.0%만 부담한다. 주유소와 대형할인점도 각각 1.5%, 2.0∼2.7%로 낮은 편이다.

수수료율 책정에 있어서 업종의 규모와 입김 등 '힘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같은 업종이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달라 대기업 산하 직영정비업체는 2.6%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반면, 영세 정비업체들은 3.6~4.0%의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영세 정비업체들에게 비싼 카드수수료는 세금보다 더 무섭다. 정비업자들은 "매출의 50% 이상, 최고 80~90%까지 카드로 결제되고 있다"며 "수익의 상당 금액이 수수료로 나가 경영개선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충주의 한 카센터가 올린 매출은 8천110만원. 수익은 2천27만원 정도 거두고 임차료와 인건비 등 경비로 1천83만원을 썼다. 종합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은 100만원. 그러나 카드수수료는 221만원을 냈다. 휴일 없이 하루 12시간 동안 가게에 매달려 손에 쥔 돈은 600만원에 불과했다. 수입의 3분의 1이상이 수수료로 날아갔다. 바꿔 말하면 수수료가 1%만 떨어져도 인건비나 세금은 빠진다는 뜻이다.

인천 부평구의 한 카센터 업주는 "요즘은 현금영수증 제도까지 정착되면서 거의 모든 소득이 드러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율 조정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절대 다수가 사용하는 카드는 일종의 화폐이자 공공재"라면서 "영세업자에 대한 높은 수수료율 책정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마다 일정 기간을 기준으로 각 업종 협회 등과 협의해 정해한다. 이런 이유로 한 업종의 수수료율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대형할인점 등 수수료율이 낮은 업종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각종 비용절감이 가능한 반면 영세업종은 카드 배손비용 등이 클 뿐만 아니라 평균 결제금액이 적기 때문에 수수료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은행 대출이자나 보험료가 각각 담보·신용상태나 건강상태·사고위험등급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영세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카드사와 업계의 합리적인 '합의'가 아닌 카드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따라 대개 수수료율이 정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황인환 서울정비협동조합 이사장(정일현대공업사 대표)은 "골프장 수수료율에 비해 서민들이 이용하는 정비업이나 이·미용원, 세탁소 등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면서 "카드사에서 원가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배손비용 등을 들먹이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렸다. 고객 신용관리를 잘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높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큰 몫을 했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순이익의 30~50%에 이른다.

카드사들은 경기가 나빠져 연체율이 높아지고 미수금이 늘어날 때를 대비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당장 낮출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가 계속 평행선을 달릴 것 같지는 않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자동차정비업 등 영세업종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위해 지난 2월 대책위원회를 구성, 집단대응에 나섰다. 또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등은 지난 2월 불공정한 신용카드수수료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내놓았으며 오는 6월 임시국회에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연구원에 의뢰한 원가산정 표준안 연구용역 결과도 이르면 이번 달 말 나온다. 이를 기초로 수수료율 산정의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수수료율 산정과 심의위원회 설치 및 위원 구성 요건의 법제화 등이 함께 이뤄진다면 영세업계와 카드업계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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