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어렵게 협상 타결에 성공해 버스 파업의 위기는 넘겼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 버스 '준공영제'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나 해마다 노사갈등이 되풀이되고 시민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 버스 노사는 지난달 27일 마라톤 협상끝에 시급 5.8% 인상, 격주 주5일제 도입, 무사고 수당 1만원 인상 등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을 보면 임금은 총액 기준으로 모두 3.7% 오른다. 근무 시간은 격주로 휴무를 하지만 노사 합의로 1회 연장 근로가 가능하다. 전에는 매주 하루씩 쉬던 것을 한 달에 한 주는 이틀을 쉬게 되는 셈이다. 합의 내용은 5월1일부터 적용된다.
서울시는 이번 노사 합의에 따라 244억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금 1% 인상에 66억원 추가지원을 기준으로 실질 임금 인상률 3.7%를 계산해 나온 금액이다. 시는 버스업체들의 적자를 예산으로 메워 주는 버스 준공영제를 2004년 7월에 도입해 2005년 2천230억원, 지난해는 1천950억원을 지원했다.
이처럼 준공영제 유지에 시민의 막대한 세금을 들인 서울시는 그러나 이번 노사협상에서 제3자라는 이유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격조차 없었다.
서울시는 임금을 올리더라도 지원금은 계속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 지원금은 전체 운송비용의 15% 수준인 1천600억원으로 낮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류와 정비물품의 공동 구매, 버스업체의 적정이윤 재산정, 외부광고 공개경쟁 등으로 200억원 안팎의 운송 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버스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줄이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버스요금이 100원 오르면 버스업계는 전체적으로 1천억원의 매출 증대가 이뤄진다.
결국 버스 준공영제는 노사 양측이 충돌하면 서울시가 모든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있으며 이는 시민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시민 편의를 위해 도입한 준공영제이지만 노사가 성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시민 부담만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더 큰 문제는 버스 노사 충돌이 해마다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노조가 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적자를 보고 있는 사측은 서울시의 눈치만 봐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또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버스 운송업은 공익사업장이 아니어서 대체 인력 투입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남았다.
서울시도 이같은 점들을 우려해 대안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시 관계자는 "버스 사업장이 준공영제를 도입한 만큼 앞으로 필수 공익사업장에 지정되도록 노동부에 요청할 방침"이라며 "특히 시가 버스업체들을 감찰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