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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길목 …택시를 향한 '러브콜'
  • 이병문
  • 등록 2007-01-24 2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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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택시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의원회관을 오갈 때도 ‘검정색 세단’을 이용해 ‘삼보불행’(三步不行·세 걸음 이상은 걷지 않는다)이라는 비꼼의 대상이 된 의원들이 실제 택시를 잡느라 애쓸 리는 없다. 택시 관련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택시연료인 LPG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하기 위해 관련 법안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여러 의원들 중에서도 11개월 동안 택시기사 생활을 하고 그 애환을 책으로 내기도 했던 박계동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박 의원은 택시 LPG 특소세 면제를 골자로 한‘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3월29일 제안했으나 지난 12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부결됐다. 박 의원은 2004년 8월에 같은 취지의 법안을 제안한 바 있으나 그때도 부결됐다.

택시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 것은 한나라당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도 택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여러 의원들 가운데 택시노조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송영길 의원이 가장 열성이다.

송 의원은 2006년으로 끝나는 택시 운송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납부세액 경감제도(부가가치세 납부 세액의 50%를 택시 운수종사자에게 돌려주는 것)를 2008년 12월31일까지 2년간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당은 또 택시기사에게 유류세 인상분(2001년 1차 에너지세제 개편 기준)의 75%를 지급해왔던 유가보조금을 10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택시 민심을 잡아라!>

이처럼 여야 할 것없이 많은 정치인들이 택시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분명 이유가 있다. 대선을 앞두고 택시 종사자들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 때문이다.

2006년 12월말 현재 전국의 택시업체는 1천758개이고 이 곳에 종사하는 택시기사는 모두 14만8천명에 이른다. 또 개인택시 수는 15만6천대가 넘는다. 법인·개인택시 모두 합쳐 전국의 택시기사는 30만명이 넘는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이 수치는 충분히 선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수준이다. 16대 대선에서는 39만표가, 17대 대선에서는 57만표가 당락을 갈랐는데 택시기사 30만명에 그 가족의 표까지 염두에 둔다면 엄청난 힘이다.

30만이라는 숫자도 적지 않지만 택시기사들의 영향력은 그 이상이다. 택시기사는 이동하는 홍보요원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체감할 수 있는 직업군일 뿐만 아니라 승객들과 대화를 하기 때문에 여론에 민감하다. 한 마디로 택시기사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것이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여론을 움직이는 중요한 직업군으로 언론,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오피니언 리더뿐만 아니라 보험회사 직원, 택시기사를 꼽는다. 즉 택시 관련 법안은 ‘구전홍보단’인 택시업 종사자들과 그들의 전파력을 의식하고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소세 면제 VS 유가보조금 100%>

여야간 택시업계 지원 방법은 크게 다르다. 한나라당의 법안은 택시 LPG 특소세를 면제해 택시 운전사들에게 그 혜택을 주자는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유류세 인상분의 75%만 지급하던 유가보조금을 100%로 인상하자는 것이다.

LPG 특소세를 폐지하면 택시 운전사는 ℓ당 226.06원을 시가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송영길 의원의 제안대로 유가보조금 지급을 100%로 인상하면 ℓ당 186.5원에서 32.27원 많은 218.77원의 유가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박계동 법안’이 ‘송영길 법안’에 비해 ℓ당 7.29원 정도 득이다. 하루에 40ℓ를 소비하고 한 달에 25일 택시를 가동한다고 치면 박 의원 법안이 한 달에 7천290원 정도 이익인 셈이다.

하지만 택시 LPG 특소세 폐지는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택시 LPG 특소세만 면제했을 때 면세 LPG와 과세 LPG를 어떻게 구별할지, 면세 LPG가 불법으로 유통될 경우 이를 어떻게 막을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유사한 문제점은 면세유에서 잘 드러난다. 정부는 현재 농업기계와 어업용 선박에 면세유를 배정하고 있는데, 폐농기계나 폐어선을 이용해 배정받은 면세유류구입권을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주유소와 결탁해 유류구입권을 매매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면세 LPG도 비슷한 문제점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택시만 LPG 특소세를 폐지하면 다른 운송업계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버스나 화물차 등 다른 운송업계도 면세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택시 이외의 운송업계가 사용하는 유류에 면세를 적용할 경우에 세수가 크게 줄어든다. 정부가 택시 LPG 특소세 면제를 적극 반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다.

LPG 특소세를 면제했을 때 세수 감소가 택시의 경우는 840억원이지만 이를 버스·화물차까지 확대 적용했을 때는 세수가 1조4천100억원 줄어든다. 이에 비해 유가보조금 지급 기준을 인상했을 때 세수 감소는 920억원, 버스·화물차량까지 보조금을 지급했을 때는 2천470억원 정도 세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유가보조금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가보조금의 경우 사업주가 돈을 받아서 근로자에게 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전달이 잘 되지 않고 보조금이 기사들에게 환급될 때까지 길게는 6개월 이상이 걸린다. 이때문에 택시 기사들은 LPG 특소세 폐지를 더 선호하고 있다.

통계청의 2003년 조사에 따르면 법인 택시기사의 월 평균 급여는 77만원, 일 평균 근로 시간은 10시간26분이다. 경기침체, 유가상승, 대중교통 수단의 확충 등으로 택시업계의 여건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여야 가릴 것없이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대선을 앞둔 길목에서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이 아닐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법안이 통과되기에는 여러 난관이 많아 정치권의 소리만 요란한 채 한낱 이벤트성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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