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받고 회장 뽑는 게 관행? 금권선거 당사자 출마 논란
전국화물연합회장 보궐 선거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많은 조합원들의 골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화물연합회는 지난해 10월말 성종락 회장의 사퇴로 현재 김동석 대구협회 이사장이 회장직무대리를 맡고 있으며, 다음달 7일 회장 보궐선거를 치룰 예정이다.
회장 보궐선거에는 회장직을 자진사퇴한 성종락 전 회장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해 5월 회장선거와 관련, 일부 협회 이사장들에게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불거져 경찰수사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선거무효소송과 회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당한 당사자다.
성 전 회장은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것으로 판단하고 회장직을 사전에 사퇴해 결과적으로 직무집행정지를 피하고 회장직을 되찾기 위해 꼼수를 둔 셈이 됐다.
이처럼 도덕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성 회장이 회장직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선 조합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회장선거 날짜를 잡기 위해 지난 5일 열린 연합회 이사회에는 서울·부산·경기 지역의 조합원 60여명이 참석, 성 회장 및 측근 이사장들을 성토하고 성 회장의 불출마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들은 또 소수의 협회 이사장들이 회장을 선출함으로써 부정부패 선거를 초래하고 있다며 공명정대한 선거를 위해 대의원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부산에서는 대의원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연합회는 회장 선거 때마다 금권선거 잡음에 휩싸여 그 부작용과 후유증을 수없이 겪어온 대표적인 사업자단체로 알려져 있다. 건설교통부와 정치권에서는 "화물연합회 직원들과는 밥도 같이 먹지 말라"는 말까지 돌 정도다.
지난해 5월 성 회장의 금권선거 의혹은 공중파 TV 방송 및 각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화물업계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회장 선거 때 수억원의 돈이 오간 정황을 포착했으나 사업자단체의 선거는 관련법이 없어 기소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회장 선거 때마다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돈이 돌아도 너무나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일이라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선거권을 갖고 있는 일부 협회 이사장은 오히려 후보자들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 부정선거를 부추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모 이사장은 후보자 간에 경매를 붙였다'는 이야기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회장 선거가 이렇듯 얼룩지게 된 이유는 한 해 예산이 2천억 원이 넘는 공제조합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공제조합엔 이사장이 따로 있지만 회장이 실질적인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다. 수억 원을 뿌려서라도 회장이 되려는 이유다.
회장의 막강한 권한은 회장선거권을 갖고 있는 각 시·도 협회 이사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이사장의 횡령 및 인사권 남용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협회가 많다. 이 때문에 '연합회·공제조합의 해체론'도 주장하는 조합원들도 적지 않다.
전국 화물운송회사들은 대부분 지입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종합보험료(공제분담금)도 영세 차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영세 차주들의 피 같은 돈을 일부 협회 이사장들이 축내고 있는 셈이다.
화물연합회는 총회 개최 5일전까지는 회장 입후보자 접수를 마감해야 한다. 회장 출마 예상자는 성 전 회장 외에 민경남 서울협회 이사장과 또 다른 협회 이사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미 출마의사를 밝힌 민경남 서울 이사장은 "선거 때마다 잡음을 일으켜온 금품수수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며 "금품선거를 이번에 확실히 척결하고, 연합회를 업계의 진정한 대변자로 환골탈태 시키겠다"고 말했다. 민 이사장은 지난 회장 선거 때 성 전 회장이 제시한 거액을 두 번이나 거절해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이다.
성 전 회장은 출마 쪽으로 추가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지만 금권선거의 당사자라는 부담을 안고 있어 막판에 출마를 포기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권선거 잡음으로 깊은 상처를 남긴 화물연합회가 이번 회장 선거를 계기로 과거의 상처를 씻고 재도약할는지, 아니면 더 깊은 나락의 늪으로 떨어질는지, 일선의 조합원들은 기대 반 우려 반을 나타내고 있다. 그 결과는 당연히 회장을 직접 뽑는 16명의 시·도 협회장, 그리고 업계 전체의 몫이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