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유차 배출기준 강화...여과장치 달거나 LPG차로 바꿔야
정부의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에 화물운송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2003년 제정된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내년부터 서울.인천.경기 지역 경유차 전체가 강화된 매연 배출 허용기준을 적용받는다.
새 기준에 미달하는 차량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부착하거나 LPG차량으로 개조해야 되는데 대당 수리.개조 비용은 98만원~700만원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수리.개조 비용을 보조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화물운송업계는 "정부의 배출가스 저감사업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화물차 차주 대부분이 내년부터 매연 배출 허용기준이 강화되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고, 강화된 기준에 따라 무더기 불합격을 빚을 수 있는 데다가 수리.개조시 보조금 지원에 관한 규제사항도 많아 자칫 집단반발과 대규모 소송사태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차량은?
내년부터 강화된 기준에 따라 매연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유차량은 배출가스 보증기간이 지난 차량이다. 3.5t 미만 소형 경유차는 구입 후 5년, 3.5t 이상 중.대형 차는 2년이 지나면 보증기간이 끝난다. 내년 매연검사를 받아야 하는 수도권 경유차는 서울 25만대, 경기 29만대, 인천 8만4천대 등 총 62만4천대다. 이들 차량 소유자에게는 내년 구청과 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차량 배출가스 정밀검사 통보가 날아온다.
▶85%가 불합격 예상
매연 측정은 배기가스 330㏄를 통과시킨 여과지에 빛을 쏘아 투과되지 못하는 정도로 측정한다. 올해까지는 모든 경유차가 60% 이하면 합격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소형차는 35%, 중.대형차는 25% 이하여야 합격한다. 환경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최근 새 기준에 따른 내년 불합격률을 예측해 보니 85%에 달했다. 10대중 8~9대가 불합격한다는 계산이다.
▶불합격차량 대책 문제점 있다
1차 불합격하면 부품을 교환해야 한다. 2차 재검사시 불합격되면 특별법에 의해 소형 화물차중 3.5톤 미만은 배기관에 디젤산화촉매장치(DOC.98만7천원)를 달고 1~2.5톤 차량은 LPG차량으로 개조(1톤 413만9천원, 2.5톤 433만9천원)해야 한다. 3.5톤 이상 중.대형차는 배기관에 매연여과장치(DPF.699만9천원)를 달아야 한다.
하지만 디젤산화촉매장치는 가격은 싸지만 매연을 25%밖에 줄이지 못하는 단점이 있어 저공해 사업에는 부적당하다는게 화물업계의 지적이다.
또 LPG차량으로 개조하면 매연을 100% 줄일 수 있지만 개조비용이 비싼데다 엔진출력이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다. 연비 저하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가스충전소 부족으로 운행에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도 또 다른 약점이다. 그밖에 LPG 엔진개조에 3일정도 소요돼 물동량 계약과 수송에 차질이 발생하고 화주로부터 물동량 계약 기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매연여과장치는 매연의 70%를 줄이지만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또 전 차종에 대한 인증 기종이 미개발된 상태로 일부 차종에만 장착할 수 있으며 수도권에만 보급돼 있는 초저황 경유를 주입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국을 무대로 뛰는 화물차 영업특성상 적합하지 않다.
▶보조금 지원 규제많아
수도권특별법에는 이런 장치를 달거나 개조하는 차량 소유자에게 '보조금을 줄 수 있다'고 돼 있다. 보조금은 환경부가 절반,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을 부담하게 돼 있다.
환경부는 비용 전액을 보조하자는 입장이다. 저공해차량이 보급되기 전에 차를 산 사람에게 저공해화 수리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차 소유자에게도 일부 부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산 부족이 큰 이유다.
이런 가운데 보조금 지원에도 규제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화물차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내년 대상 사업자가 내년에 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2006년로 넘어갈 경우 사업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저감장치 부착 후 수도권이 아닌 타 지방에서 운행중 적발되면 보조금 일부를 반납하거나 장치회수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2년이내에 폐차나 수도권 이외 타 지역으로 이전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물운송업계는 전국을 무대로 뛰는 화물운송업의 특성과 위수탁 관리제 운영, 그리고 올해부터 1대 개별허가제 시행에 따라 언제든지 차주가 지방으로 이전될 수 있는 업계의 실정을 모른 채 이런 조치들이 나왔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별법은 언제까지 적용되나?
2002년 수도권 지역 미세먼지(PM10) 총 배출량 1만5천573t 중 경유차에서 나온 게 67%나 될 정도로 경유차에 의한 수도권 대기오염은 극심하다. 이 법에 따라 매연 배출 허용기준을 강화할 경우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매년 18% 정도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법은 허용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유차가 나오는 한 계속 적용되며, 자동차회사에는 저공해 경유차를 제작하도록 의무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