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7월 1일부터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가 대폭 개편되면서 몇몇 분야는 그야말로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도입이다. 기존 버스전용차로가 가로변에 있다보니 우회전을 하려는 일반 차량들과 뒤섞여 거의 제구실을 하지 못하자, 중앙차로에 24시간 버스만 다닐 수 있는 버스 전용차선을 만든 것이다.
시행 결과는 거의 성공적이다. 특히 주말 및 출퇴근 시간이면 어김없이 상습 정체 구간으로 변했던 강남대로(양재역 ~ 신사역)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놓이면서 버스들의 운행 속도가 눈에 띄게 향상됐고, 그 결과 혼잡한 강남지역에서 도심지역으로의 진입시 지하철보다 오히려 버스가 더 빨리 도착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하지만,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근본적인 취지는 대중교통의 빠른 운행을 도모함과 동시에 승용차 운행을 억제함으로써,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경우 시민들에게 오히려 불편을 주는 경우가 있다.
첫째로, 대중교통과 아무 관련이 없는 관광버스라든가, 특정업체의 홍보 버스, 혹은 스쿨버스 등이 버젓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운행하면서 간혹 시내버스의 정상적인 소통에 방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노선 버스뿐만 아니라 수용 인원이 큰 차량의 경우에도 중앙차로에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는 해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서울시 스스로 천명했던 대중교통 활성화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중교통과 아무 관련없는 차량들이 중앙차로를 운행하면서 정상적인 소통에 방해가 된다면, 애시당초 중앙차로를 만든 목적, 대중교통의 빠른 운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기대효과를 스스로 반감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일부 경기도 소속 노선들이 중앙차로 정류소에서 손님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장시간 정차하는, 속칭 '짱박기'가 강남대로 중앙차로에서 성행하고 있다.
서울시 노선의 경우 손님을 몇명 태우느냐에 관계없이 정해진 표준운송 원가가 지급되기 때문에 탈 손님들만 태우고 나서 바로 정류장을 벗어나지만, 경기도 노선의 경우에는 손님을 더 많이 태워야 수입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류소에서 장기간 정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때문에 뒤따르는 다른 노선들이 승객들을 내려주고 태운 뒤, 아슬아슬하게 추월차로를 이용하여 정차해 있는 버스를 앞질러 가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건너편 차로에서 오는 버스와 충돌할 가능성이 대단히 커 안전사고가 크게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앞쪽에 서 있는 승객을 못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될 경우 중앙차로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2004년 7월 초에 강남대로 중앙차로가 '기차놀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극심한 혼잡을 빚은 바 있는데, 이 상황의 주범은 바로 장시간 정차하고 있는 버스들이다. 강남역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들까지 전부 중앙차로에 넣은 서울시의 판단 부족으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었다. 이후 강남역을 종점으로 하는 노선들은 전부 가로변으로 옮기면서, 어느 정도 혼잡도는 완화되었다.
하지만 현재도 일부 경기도 노선들이 중앙차로에서 장시간 정차를 하다보니, 가끔가다가 중앙차로가 혼잡에 빠지거나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일부 경기도 노선들이 중앙차로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면, 차라리 이 노선들은 전부 가로변 정류소로 운행하게끔 조치하고, 대신 강남대로를 운행하는 서울시 소속의 지선버스들 중에 배차간격이 잘 준수되지 않는 몇몇 노선을 중앙차로에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중앙차로를 경기도 노선들이 장기 정차하면서 다른 노선의 정상적인 운행을 방해하는 것은 서울시 입장에서도 별로 유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지적했듯이 중앙버스전용차로는 대중교통의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만큼, 운행 가능 차량을 너무 성급하게 정할 것이 아니라,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서울시에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