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물류 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화물 운송업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과 표준요율제, 주선료 상한제 도입 등 운임제도 개선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 화물연대 "1년 전 약속 지켜라" = 화물연대는 "정부와 여당은 작년 총파업 당시 표준요율제를 도입해 최저 기준의 생계를 보장하고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그해 9월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 정문 앞에서 트레일러 운전사 고 김동윤씨가 분신 자살한 사건에서 촉발됐다.
당시 정부는 화물차 수급조절 강화와 유가보조금 압류 금지 법제화 등의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표준요율제와 노동자기본권 인정 등 요구사항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화물연대가 정부 측 개선안을 받아들임으로써 파업은 유보됐다.
그러나 표준요율제나 노동자기본권 인정 문제는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못했고 지난달 초 민주노동당 단병호, 이영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동관계법과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라갔을 뿐이다.
화물연대는 5일 예정된 국회 건교위에서 두 법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로선 화물연대를 비롯한 화물차 운송업자들이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사측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사업자로 분류돼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화물연대를 노동자로 인정한다면 이와 비슷한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다른 직종 종사자들도 똑같이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표준요율제나 주선료 상한제도 정부로선 선뜻 도입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표준요율제는 운임 제도를 현재 자율제에서 인가제로 전환, 정부가 운송원가를 반영해 운송료의 최저기준을 제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선료 상한제는 화주와 운수회사 간 거래를 주선해 받는 수수료의 상한을 5%로 제한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 화물주선시장과 컨테이너 운송시장, 특장 운송시장 등 화물과 조건에 따라 운송료가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고, 화물 시장의 공급 과잉 상태에서 정부가 표준 요금을 제시하거나 주선료 상한을 정한다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도 반해 도입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
◇ 만성적인 공급과잉이 문제 = 화물연대의 파업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과 후진적인 운송체계 등에 원인이 있다.
화물 시장은 1997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진입 장벽이 사라졌고 이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건교부에 따르면 1997년 이후 작년까지 물동량은 4억9천900만t에서 작년 5억2천600만t으로 5.4%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이 기간 화물차 사업자들은 17만대에서 32만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건교부 관계자는 "올해 6월 기준으로 3만6천대 가량이 과잉 공급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화물차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부터 허가제로 전환하고 신규 진입 허가를 중단했지만 여전히 공급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는 용달차의 택배차 전환을 적극 지원하는 한편 대포차 퇴출을 위해 내년에는 화물차 번호판을 전면 교체하고 부실 화물업체 퇴출을 추진하는 등 불필요한 공급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화물 시장의 전근대적인 운송체계와 관리체계, 왜곡된 시장구조가 좀처럼 쉽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화물 시장은 특성상 다단계 위탁 및 주선행위가 많이 행해지고 있고 대부분 화주-알선회사-운송사-지입차주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 지입차주가 가져가는 몫이 늘어나기 힘든 구조로 돼 있다.
정부는 화물차에 대한 유가보조금 지급 수준을 현실화하고 화물운전자 복지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한편, 불법 다단계 및 과적차량 단속 등 지입차주의 수입 증대를 위한 시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현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운임의 적정 기준을 만들고 화주들이 이 기준을 이행하도록 촉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표준요율제 등 운임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