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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구매자 봉? 아니면 바보?
  • 이병문
  • 등록 2006-11-28 22: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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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업체들이 고급 모델일수록 가격을 높게 책정, 적게 팔더라도 많은 이윤을 남긴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에 제시하고 있는 최고급 모델의 가격과 미국의 한 포털사이트(www.msn.com)의 자동차 코너에 공개된 각 모델의 가격(소비자가격 기준)을 비교해보자.

가격차가 가장 큰 차는 마이바흐 62. 이 차의 국내 시판가는 7억2천만원인데 비해 이 포털사이트가 제시하고 있는 가격은 풀옵션을 모두 추가해도 59만8천655달러(한화 5억6천여만원)로, 가격차는 무려 1억6천만원에 달한다.

BMW 760Li의 경우에는 마이바흐에 비해 가격차가 크지는 않지만, 미국보다 2배가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 BMW의 국내 공식 딜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760Li의 가격은 2억6천만원 가량인데 반해 미국에서는 모든 옵션을 추가하더라도 그 절반의 액수만 지불하면 760Li를 구입할 수 있다.

BMW 7시리즈와 함께 국내 고급 세단시장의 대명사로 꼽히는 벤츠 S600과 렉서스 LS460도 2배 가량의 가격 차가 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 S600의 국내 공식 판매가격은 2억6천600만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국내 판매가격보다 1억2천만원 가량 적은 15만4천170달러(한화 1억4천420만원)로도 이 차를 살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도요타의 렉서스 LS460L의 경우에도 국내와 미국의 가격차가 거의 두배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1억6천300만원에 팔리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의 소비자가격은 9만6천232달러(한화 9천만원)이다.

<달러화 폭락에도 오히려 상승>

최근들어 원화 강세로 상대적으로 엔화와 달러화 가치가 폭락했지만 고급 수입차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고급 차를 주로 판매하는 렉서스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빅4'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차값을 올렸거나 가격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종가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한 원화 대비 외환 가치는 달러화가 9.4% 떨어진 것을 비롯해 엔화는 8.4%, 유로화는 1.3% 각각 떨어졌다.

환율로만 따지면 국내시장에서 그만큼 가격 하락 요인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고급형 차를 취급하는 수입차업체들은 환율 영향을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는 비싸야 잘 팔린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세금이 비싸고 한국시장에서 판매 대수가 미국이나 일본시장에 비해 훨씬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 수입차업계의 주장이지만 그보다는 수입차 업체들이 '비싼 차가 좋다'는 상위 3% 한국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 이들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가격이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고가 마케팅을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수입차업체들은 한국인 고객의 가격 민감도가 떨어져 구태여 가격을 낮출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일부 수입차업체들은 고가 수입차에 풀옵션을 적용해 한국 소비자의 명품 구매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수입차는 기본 차값에 세금(약 30%)과 딜러 마진(약 15%) 그리고 본사 마진과 기타 비용을 붙여 가격이 형성된다.

이 같은 공식을 적용하면 렉서스 최상급 모델인 LS460L는 기본 차값(7천681만원)에 세금(2천304만원)과 딜러 마진(1천152만원)을 합하면 1억1천137만원이지만 실제 차량 가격은 1억6천300만원이다. 본사 마진과 기타 비용이 5천만원을 넘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올해 1분기 수입차 대당 평균 수입가격과 국내 평균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수입차 대당 평균 수입가격(원ㆍ달러 환율 960원 적용)은 3천612만원이지만 평균 판매가격은 7천82만원이었다.

수입차 1대당 평균적으로 3천470만원을 남긴 셈이다. 한국인 고객들은 봉인가? 아니면 바보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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