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송철호)는 17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청각장애인의 1종 운전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청각장애인은 2종 운전면허는 취득할 수 있지만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보청기를 사용한 교정청력이 40데시벨(db)이 돼야 하는 등 제도적으로 제약이 있는 상태라는 게 고충위의 설명이다.
발제자로 나선 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김종인 교수는 "도로교통법시행령 제45조(자동차 등의 운전에 필요한 적성의 기준)3항에는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55데시벨(db), 보청기 사용자는 40데시벨(db)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또 도로교통법 제82조에는 '듣지 못 하는 사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그 외 대통령령이 정하는 신체장애인'은 운전면허 취득의 결격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장애인에게 운전은 이동권.접근권 보장을 넘어 생존권 보장의 문제"라며 "건청인보다 뛰어난 시각적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청각장애인의 1종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사례발표자로 나선 간판시공업자 이모씨(청각장애2급)는 "간판 시공 관련 일을 혼자 하려면 5톤 이상 트럭이 필요한데 청각장애인이라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없다"며 "10년 무사고로 1종 보통면허 취득 통지를 받았지만 관련 법령때문에 무용지물이 됐다"고 호소했다.
청각장애인 복지관에 근무하는 오모씨(청각장애2급)도 "내 업무 중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을 봉고차로 통학시키는 것도 포함돼 있다"며 "하지만 2종 면허 소지자라 다른 직원들에게 운전을 부탁할 수 밖에 없어서 심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는 "청각장애인의 1종면허 취득은 청각장애인의 이동권 확보 및 생계유지 측면과 교통안전 측면에서 서로 상충하고 있다"며 "시설 및 장비 측면의 문제점을 해결 한 뒤 1종 운전면허를 허용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교통문화운동본부 박용훈 대표는 "자동차 운전 시 필요한 정보는 대부분 시각으로 습득되므로 보청기 등 보조장치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상 시력의 청각장애인이 1종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제한을 두면 안 된다"며 "정부는 운전에 필요한 기술과 보조장치 개발동향을 고려해 청각장애인을 포함해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면허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