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서울시의 버스개편으로 아주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까지는 동대문구청~아차산역 구간에서만 운영되던 중앙 전용차로가 엄청나게 확대되었고, 곧 망우로 중앙전용차로도 공사가 끝난다. 중앙전용차로의 효과는 기대이상이다.
1998년경 지방에 살다가 잠시 서울에 와서, 906번(현 9403)을 타고 양 옆은 막히는데 버스는 막히는 것 신경 안 쓰고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라운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중앙차로가 수색로(고양시 경계-이대후문), 강남대로(신사역-교육개발원입구), 하정로(신설동-동대문구청), 삼일로(퇴계로 지하차도 상부~종로2가 4거리), 도봉미아로(도봉산입구-서울대병원 후문) 등에 추가되면서 버스는 더욱 빨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중앙차로의 맹점은 다른 데 있다. 중앙차로로 들어가는 버스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이른바 '버스 기차' 사태 등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버스가 줄줄이 기차처럼 다니는 형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이유는 앞 차가 정차할 때 옆으로 비켜나갈 공간이 부족함에 따른 결과다.
그리고 이런 일을 줄이기 위해 녹색 지선버스(강남대로의 4422, 4424 등)와 경기도 입석버스(수색로의 77-2 등), 그리고 강남역에서 돌아오는 버스(146, 용남고속, 용일여객 등), 통과구간이 짧아서 굳이 중앙차로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버스(360, 642 등) 등은 가로변으로 뺐는데, 자가용과 엉켜서 교통흐름에 엄청난 압박을 끼치고 있다. 또 시민의 숲-교육개발원입구 구간에서 버스전용 차로의 위치가 바뀌는 관계로 버스가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기존 중앙차로에 부가해서 가로변에 제2의 버스전용차로를 만들거나 중앙차로의 폭을 2.5배로 늘려서 2개 차로(추월선/주행.정차선)로 넓히고 회차공간도 넓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버스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옆으로 비켜나올 때에도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단, 여기서 승용차 이용자의 불편함에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는데, 수지지역 버스전용차로의 폐지 사건이 이 이유라고 한다.
강남대로는 더구나 수지지구 같은 신도시도 아니다. 부도심, 아니 제2의 도심권이다. 건물 숲 속에서 매연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자가용을 억제해야 할 판에 자가용 이용자들의 반발을 다 들어주다가는 버스전용차로의 의미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전용차로 공사 초기에도 지역주민들이 교통체증을 유발한다고 반대했던 적이 있는데, 이 주장을 들어줬다가는 오히려 더 교통체증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을 주민들이 간과한 듯하다.
강남대로의 경우는 기존 중앙차로를 하나로클럽(청계산삼거리) 앞까지 연장하고, 시민의 숲 앞에서 끊기는 가로변 차로를 신사역 사거리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본다. 또는 중앙차로의 폭을 대폭 확대하여 단국대 앞까지 그대로 끌고 가는 방법(한남오거리 고가가 철거되어도 관계없음)도 있다. 망우로도 마찬가지 이유(경기도 버스가 많이 유입됨)로 제2전용차로를 둬야 하는데, 이 경우는 구리시와의 협의를 통해서 적어도 한양대구리병원사거리 정도까지는 중앙차로와 가로변 차로(청량리나 경동시장이 반환점인 입석버스는 가로변으로 뺀다)를 동시에 운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단, 146번이나 642번처럼 강남대로의 아주 짧은 구간만 다니면서 그 근처가 반환점인 경우는 굳이 전용차로의 필요성이 없다.
여담으로 중앙차로 공사시에는 교차로에 가깝게 정류장을 건설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중간에 정차하고 교차로에 정차하는 것보다는 정차시간도 줄어들고, 또 지하철 역에서 걸어가는 거리도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논현역 중앙차로 정류장의 경우 그 정류장에서 논현역을 가려면 500미터 이상 걸어야 한다. 아주 먼 거리다. 차라리 신사역 정류장에서 내려서 내리막길로 가는 것이 낫다고도 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특히 논현역 정류장의 경우 논현역 4거리 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9408, 9412처럼 터미널에서 나와서 논현역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중앙차로로 들어가는 버스의 경우는 직진신호에서 우회전(적신호시 우회전금지)하도록 하면 교통흐름이 끊길 염려도 없다.
버스는 자가용보다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편하다는 인식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지선버스와 경기도 일부 버스는 전용차로의 혜택이 없다는 문제, 지하철역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멀리 있다는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도심에서 자가용이 줄어들게 되고 버스를 더 편하게 탈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되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앞날은 밝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