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짙은 안개속 과속 운행 원인, 차량화재로 큰 피해
사망 11명, 부상 54명이란 끔찍한 결과를 낳은 3일 서해대교 29중 차량 연쇄추돌 사고는 짙은 안개를 고려하지 않은 운전자들의 과속이 빚은 참극이었다.
특히 사고 발생 후 출동한 민간구조대가 갓길로 운행한 일부 얌체운전자들 때문에 사고현장에 제때 접근하지 못해 인명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사고 당시 상황=오전 7시50분쯤 이모(48)씨가 운전하던 25t 화물트럭은 3차로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위에서 앞서 달리던 김모(54)씨의 1t 트럭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히 방향을 틀다가 1t 트럭 왼쪽 뒷부분을 들이받고 2차로로 밀려났다(1차 추돌).
때마침 2차로를 주행하던 승합차는 25t 트럭과 부딪혔고 순식간에 뒤따라 오던 트레일러 및 45인승 고속버스,탱크로리 등 11대가 연쇄 추돌했다(2차 추돌). 2분쯤 후 사고 현장 10여m 뒤에서 또다시 승용차, 화물 트럭 등 15대가 연쇄 추돌했다(3차 추돌).
화재는 2차 추돌 현장에서 발생했다. 2차 추돌 차량 가운데 한 트럭의 연료탱크가 충격으로 떨어져나가면서 불이 났다. 불길은 순식간에 승합차를 포함해 엉켜 있던 차량 12대로 번졌다. 트레일러에 실려 있던, 공장에서 갓 출고된 승용차 8대도 불길에 휩싸여 전소됐다.
사망자 11명과 중상자들은 모두 2차 추돌 지점의 차량 탑승자였다고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전했다. 사망자들은 추돌 충격으로 사고 차량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불길이 번져 꼼짝 없이 화를 당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온통 불바다여서 도저히 구조에 나설 수 없었다.
◇왜 대형 참사로 이어졌나=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이날 서해대교에는 오전 3시부터 사고 발생 시간까지 심한 곳은 시정 15m 안팎의 짙은 안개가 낀 상태였다. 도로공사는 ‘안개주의 감속운행’이라는 문자 서비스를 고속도로 곳곳에 설치된 교통정보안내 전광판을 통해 계속 내보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에는 차량이 별로 많지 않아 고속으로 질주하던 차량이 많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서해대교는 길이가 7.3㎞로 길고 직선으로 건설돼 차량들이 과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연쇄 추돌로 도로가 완전 마비되면서 갓길로 운행한 얌체운전자들 때문에 소방대원들의 현장 도착이 늦어진 점도 화를 키웠다. 당진소방서 관계자는 “사고 지점 1.5㎞ 전방부터 소방차량 접근이 불가능해 대원들이 700m 앞에서 하차한 뒤 뛰어가 8시20분에야 현장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사망자 및 부상자들은 오전 10시가 돼서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