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자동차 전조등 점등을 의무화하는 자동차 주간점등제를 도입하면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이 제도 도입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5일 열린우리당 주승용 의원이 개최한 교통안전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 자동차협회 등이 실험한 결과 낮에 자동차 전조등을 켜고 운행하면 상대방 차량과 보행자의 주의력과 식별력을 높여 교통사고를 10%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핀란드와 스웨덴, 캐나다 등 8개 나라가 낮에도 전조등을 켜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의무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일부 북유럽 국가, 미국의 일부 주 등에서 낮에 전조등을 켜도록 한 결과 5∼40%의 충돌사고 방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면충돌이나 좌ㆍ우회전시 충돌을 막는데 큰 효과가 있으며 터널 등 어두운 곳을 주행할 때 운전자의 적응 시간이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주간 점등제의 단점도 없지 않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쓰이는 야간용 전조등을 낮에 항상 켜도록 하면 시간당 오염물질배출량과 연료 소모량이 2.6∼2.7% 늘어나게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눈부심 때문에 오히려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간 주행등을 의무화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덴마크, 캐나다 등은 대체로 낮이 짧고 밤이 길며 거의 매일 안개가 끼거나 날씨가 흐린 곳이다.
김 교수는 "여건이 다르므로 지리적, 기후적 특성, 국민의 정서, 운행 습관 등을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자동차 주간점등제가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한다고 보고 이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내 현실에 맞지 않고 단점도 많다는 일각의 지적에 따라 선뜻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동차 주간점등제를 검토하고 있지만 악천후 등 필요에 따라 자발적 시민운동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현 단계에서 의무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만 교통사고 감소효과가 검증되고 모든 차량에 전자동 주간주행등 장착이 이뤄진다면 의무화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주간 점등이 의무화될 경우 눈부심 등 위험요소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도록 야간용 전조등의 절반 정도 밝기를 지닌 주간 주행등이 자동으로 켜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개ㆍ눈ㆍ비 등으로 100m 전방 확인이 어려운 경우와 일몰 후 야간에는 전조등을 반드시 켜도록 도로교통법에 규정해 놓고 있으나 낮에는 점등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