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벤츠 등 고급 외제차의 연식 등을 조작해 새 차로 속여 판 악덕 수입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피해자들은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억대를 호가하는 명품 외제차를 싸게 살 수 있다는 말에 쉽게 속아 넘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4일 중고차 수입업체 R사 대표인 독일인 H(52)씨와 한국계 영국인 조모(51)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조카 전모(40)씨 등 차량 수입·정비업자 등 10명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지역에 매장을 차려 놓고 “독일에서 전시나 시승용으로만 써 주행거리가 1천㎞도 안 되는 사실상의 새 차인데, 원래 가격의 20∼30%까지 깎아준다.”며 부유층을 공략했다. 구매자들은 대부분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로 10개월 만에 100대가 팔렸다.
H씨와 조씨는 여러 차례 사고를 낸 적이 있는 2005년식 벤츠 중고차 ‘S500’을 독일에서 8천만원에 구입해 주행거리를 600㎞로 바꿔 국내로 반입한 뒤 남모씨에게 새 차로 속여 약 두배인 1억5천600만원에 되파는 등 올 3월까지 벤츠, BMW, 아우디 등 외제 고급 승용차를 팔아 모두 16억4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H씨는 중고차들이 낡아 수입과정에서 국내 소음과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할 수 없게 되자 일부 부품만 바꿔 다는 수법으로 쓰기도 했다. 경찰은 R사를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지정해 은행 대출을 도와준 금융감독원 직원과 인증과정에서 불법을 묵인한 교통환경연구소 공무원을 내사 중이다.
경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조카 전모(40)씨 등 차량 수입·정비업자 등 10명도 적발,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씨 등은 H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중고 외제 승용차 6대를 국내에 들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