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영동고속도로 두절 사태가 빚어진 것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단순한 절개지 붕괴보다는 주변 산지에서 일어난 산사태가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지조사를 다녀온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23일 "영동고속도로 주변 산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암석 위에 1m 두께의 얇은 토사가 얹혀진 지질로 돼 있다"며 "현지조사 결과 이번 소통 두절 사태의 주 원인은 주변 산지의 산사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사와 암석의 경계면은 미끄러짐 성질이 강한데 이번에도 토사 속으로 스며든 빗물이 암석에 침투하지 못하고 경계면을 따라 흐르는 과정에서 지하수 압력으로 토사 윗부분이 들뜨면서 산사태가 일어나 피해가 컸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동해고속도로 주문진 부근과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 부근에서 각각 3일과 6시간 가량 교통이 두절된 것 역시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도로를 산 지형을 따라 만들었지만 최근엔 자동차 속도를 높이려고 직선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도로가 직선화될수록 산 깊은 곳으로 도로가 통과하게 돼 산 윗부분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계곡부로 유입된 토사가 도로 위로 쏟아지는 일이 많아지고 토사 유출량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산지 주변에 고속도로를 낼 때는 평지와 달리 이런 위험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4년 전에도 이런 부분을 지적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이번 같은 사고를 단순한 천재지변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는 산지 개발시 산사태 취약 지점이 어디인지 보여주는 지반재해 위험지도를 만들어 설계에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산지에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는 외국처럼 계곡 부분의 산사태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도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곡부 상부에 토사를 막는 사방댐과 물은 흘러 내려도 나무는 걸리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스크린댐을 군데군데 설치해 산사태로 인한 토사와 나무 등이 도로까지 쏟아져 내리는 것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강원도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이후인 이달 18∼20일 영동고속도로 평창IC∼진부IC 구간과 진부면 일대 국도 등에서 현지조사 활동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