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D20에서 BD5로 변경, 정유사 입장만 반영 등 논란
1일부터 바이오디젤(BD)이 본격 시판됐지만 환경단체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등이 '무늬만 친환경'인 바이오디젤 보급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콩기름, 유채유, 폐식용유, 해바라기·팜유 등을 활용한 바이오디젤은 경유를 대체할 식물성 연료로 친환경적인 데다 석유의존도를 줄이는 장점이 있다. 경유와 섞어 경유차량에 사용하는데 혼합 비율에 따라 BD5(바이오디젤 5% + 경유 95%), BD20(〃 20% + 〃 80%)과 BD100(〃 100%)으로 나뉜다.
정부는 2002년 5월부터 수도권과 전북지역 지정주유소를 통해 버스나 관용차량 등을 대상으로 BD20을 판매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나, 동절기 필터막힘 현상 등 품질문제와 정유업계의 반발 등에 따라 7월부터 혼합비율을 5% 이하로 제한한 BD5를 보급하고 있다. 단 자가정비시설이나 자가주유시설을 갖춘 버스, 트럭회사 등은 BD20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나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들은 "공해를 줄이는 데 더 큰 효과가 있는 BD20은 제쳐두고 BD5를 보급토록 한 것은 정부가 그동안 주장해온 '친환경 정책'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정유사의 눈치를 보느라 정부의 식물연료 확대보급 정책이 겉돌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산업자원부와의 협약에 따라 5개 정유사가 공급키로 한 바이오디젤(연 9만㎘)은 전체 경유 사용량(2004년 기준 3400㎘)의 0.3%에 불과한 실정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BD5는 사실상 첨가제에 불과한 무늬만 바이오디젤"이라며 "공해물질 배출 저감효과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 관계자도 "바이오디젤의 판매범위를 BD20에서 BD5로 축소하고 공급권도 경유시장과 이해관계가 걸린 정유사만 보급토록 한 것은 정부의 바이오디젤 산업 육성의지를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보급 초기인 만큼 바이오디젤의 안정적 공급과 품질수준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바이오디젤 보급제도가 정착되면 혼합비율이나 보급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디젤을 사용한 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가 책임지느냐도 논란거리이다. 정유업계와 자동차회사가 아직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는 차량의 연료계통에 고장이 났을 경우 정유사와 자동차회사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소비자들은 수리지연 또는 보상거절과 같은 애로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바이오디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가 나빠져 보급이 더 위축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선택권 제한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가 차량보호 등을 이유로 기존 경유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도 1일부터는 바이오디젤이 섞인 경유만 구매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는 "BD5는 EU 등 선진국에서도 실증실험을 통해 품질이 검증된 제품인데다 세계적인 자동차 연료분사장치 제조사들로부터도 품질이 보증된 연료"라고 말했다.
다음은 바이오디젤 상용화 관련 주요 쟁점과 산자부 측의 해명이다.
- 바이오디젤 보급량이 왜 9만㎘인가.
△바이오디젤 제도가 도입 초기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디젤의 안정적 공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바이오디젤 생산자의 공급가능 물량 등 당시의 수급상황을 고려해 보급물량 규모를 결정했다.
현재 4개 BD생산자로부터 제출받은 생산가능 물량은 9만5천㎘이다.
또 바이오디젤의 보급을 위해서는 정유사에서 BD혼합시설과 저장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설비투자 등 준비가 필요한데 정유사로 하여금 최소한 9만㎘를 사용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3월에 정부와 정유사간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 바이오디젤 보급대상을 BD20에서 BD5로 변경한 이유는.
△시범사업기간 동안 혹한기에 BD20을 사용한 차량에서 시동불량, 시동꺼짐 등의 문제가 발생했고 소비자보호원, 바이오디젤전문가 등으로부터 BD20의 필터막힘현상에 의한 품질문제가 제기되는 등 자동차제조사, 자동차부품사 등은 품질보증이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 워킹그룹 등 각계의 의견 수렴 후에 바이오디젤을 일반 경유 사용차량에 보급하고, 소비자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비교적 품질이 안정된 BD5의 보급이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필터막힘 현상 개선 등 품질 수준의 진전에 따라 향후 바이오디젤의 혼합비율을 점진적으로 높힐 예정이며 바이오디젤 보급 제도가 잘 정착될 경우 2008년 이후 바이오디젤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 추진할 예정이다.
- BD20의 보급대상을 자가정비시설과 자가주유취급시설을 갖춘 사업장으로 제한한 이유는.
△품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BD20을 전면 보급할 경우 차량의 시동꺼짐, 시동불량 등의 문제로 인한 소비자의 사고와 분쟁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다만 버스, 트럭 및 건설기계 등 자체 정비.주유가 가능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BD20의 보급을 허용했다. 이런 바이오디젤의 보급과 관련한 신중한 정책결정은 EU, 미국 등 BD 선진국에서도 유사하다.
90년대부터 바이오디젤을 보급해 온 유럽 선진국의 경우 바이오디젤의 보급은 BD5이며, BD20은 특정차량이나 공공차량, 도심버스 등으로 한정해 보급중이다.
-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정유사의 입장만을 반영한 것 아닌가.
△ 정부는 전문가 워킹그룹의 운영, 공청회(2회), 토론회, 전문가회의 등 다양한 관계그룹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자율적 합의에 의해 바이오디젤 보급제도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BD20의 품질 문제 등 바이오디젤의 보급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됐으며 소비자보호원, 바이오디젤 전문가, 자동차제조사, 자동차부품사 등으로부터 필터막힘현상에 의한 차량의 운행정지, 시동불량 등 품질문제가 제기됐다.
따라서 이번 바이오디젤 보급정책의 결정은 다양한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수렴하고 미국, EU 등 바이오디젤 선진국의 사례도 참고한 것이다.
- 바이오디젤의 보급을 정유사에게 준 이유는?
△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비싼 원료로서 결국 소비자들이 이를 부담하게 된다. BD생산자가 혼합할 경우 경유의 수송비용(35원/ℓ), 저장설비 등 막대한 비용이 추가돼 결국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품질관리가 곤란하게 된다.
또한 바이오디젤은 저온에 취약한 특성(시동불량, 필터막힘 등)을 갖고 있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종합적인 품질관리가 중요하다.
특히 혹한기에는 저온특성이 대폭 보완된 제품을 생산하고 생산제품에 대해 수시로 품질검사와 품질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BD생산자는 품질검사와 관리에 필요한 시설이나 인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가격, 품질관리 등 종합적인 고려 후에 정유사에서 바이오디젤을 혼합, 유통토록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