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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 하루 쉰다고 뭐가 달라지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7-20 09: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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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짝 이벤트보다는 택배기사 휴식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해결책 마련돼야

택배터미널


오는 8월14일이 ‘택배 없는 날’로 정해져 주요 택배사가 쉴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폭증해 택배업 종사자의 일이 크게 늘었다. 올해만 3명이 과로사했을 정도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택배기사들의 휴식이 시급하다”며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해 하루 쉬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주요 택배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지난 16일 관련 논의를 진행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원사인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국내 대형·중소 택배사들이 ‘택배 없는 날’에 참여하면 14일부터 15일 광복절, 16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최장 3일간 연속 쉬게 된다. 

 

지난해 8월에도 진행된 ‘택배 없는 날’의 경우 일부 노조원들만 참여했지만 올해는 택배업체들도 참여해 택배산업 사상 처음으로 노사가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온라인 상에선 ‘택배 없는 날 해시태그 달기’ 등의 운동이 확산되고, ‘택배 없는 날’ 동참을 위해 8월12일과 13일을 ‘택배 주문 안 하는 날’로 정하자는 운동도 일어났다. 정치인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도 이 같은 운동에 힘을 실어줬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격려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택배 없는 날’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좋은 취지이기는 하지만, 이런 깜짝 이벤트 같은 조치보다는 휴식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진정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택배 없는 날’이라고 배송이 예정돼있는 물건이 없는 건 아니다. 택배 없는 날인 14일부터 15일 광복절, 16일 일요일까지 쉬더라도 그다음 날부터는 그동안 쌓였던 물건을 배송해야 한다. 어차피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할 일이 하루 미뤄질 뿐이라는 얘기다.

 

택배 주문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결국 쌓인 물량을 소화하려면 더 힘들며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다. “며칠 쉬면 그 뒤 폭풍 물량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일 못 하게 해서 물량 가득 쌓이게 하고, 다음 날 택배기사 죽이려고 한거 아닙니까?” 어느 택배기사의 반문이다.

 

국내 택배기사는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건당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하루 쉰다고 좋아하는 택배기사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이유다. 휴일이니깐 당연히 ‘공치는 날’이고, 다음 날 처리할 짐은 두 배로 쌓여 더욱 힘들다.

 

실제로 차라리 공휴일 같은 거 없으면 좋겠다는 택배기사들도 적지 않다. 결국 ‘택배 없는 날’은 ‘택배기사들에게 휴식을 주자’는 좋은 취지에도 불과하고 ‘깜짝 이벤트’이거나 ‘말뿐인 휴식’으로 전락할 수 있다.

 

택배기사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건 무엇일까? ‘택배 없는 날’ 하루 쉬는 것보다는 정식으로 연차와 월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선택적 휴일을 지정해 쉴 사람은 쉬고, 그날 일하면 수당을 배로 주고 하는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하겠다.

 

택배업계에서는 정부가 8월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 것을 추진하면서 8월초 택배 물량이 폭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 없는 날’부터 총 나흘간 택배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져 택배 물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택배 없는 날’ 하루를 쉰다고 해도, 그날 앞이나 뒤로도 택배기사들은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택배 없는 날’이 조삼모사(朝三暮四)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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