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다시 혼란과 갈등...성과없는 총회만 연속 개최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가 또 다시 회원들간 첨예한 대립으로 얼룩지고 있다.
21일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회원들이 최근 최종식 회장 자진사퇴 권고안을 제출하고 최 회장이 이에 맞서면서 연합회 운영이 또 다시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정병걸 서울조합 이사장 등 일부 시.도 조합 이사장들은 현 최종식 회장이 업권 보호 및 발전을 위한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고 무지와 무능, 도덕성 결여는 물론 법률적 위반을 저질러 회장으로써 직무수행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주장, 최 회장 자진사퇴 권고안을 연합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뚜렷하게 잘못한 점도 없는데 회장직을 물러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명예를 위해서라도 회장직을 유지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대립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총회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 연합회의 정상적인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회의에서 다룰 안건은 ▲회비 미납 일부회원에 대한 제재 요청의 건 ▲강원조합 회비 감면 협조 요청의 건 ▲부회장 선임의 건 등이었는데 회원들간의 견제와 대립 속에 대부분 안건을 다루지 못하고 차기 총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의 촛점은 회비미납 회원에 대한 제재 안건이었다. 현재 회비 미납 회원은 경기, 강원, 충남, 충북, 경기북부 등 5개 조합으로, 이중 경기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조합은 최종식 회장에 대한 '반감'을 이유로 회비 납부를 거부해 온 조합이다. 최 회장 측은 이들 회비 미납 회원에 대해 제재 조치를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17개 시.도 조합 중 현재 최 회장 지지파와 반대파가 엇비슷한 상황으로, 이들 반대 조합에 의결권 제한 등 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최 회장측이 숫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현재 연합회 정관상 회비 미납 회원에 대한 제재 조치는 제명, 정권, 견책 등 3가지가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날 총회에서는 회비 미납 조합을 제재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오해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구체적인 제재 기준을 정한 후 차기 총회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사실상 최 회장 측이나 반대파 모두가 일단 휴전에 동의한 것이다.
최근 재정난을 겪고 있는 강원조합의 회비 감면 요구도 같은 맥락에서 구체적인 실태 점검 등을 마치고 차기 총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최 회장 취임 이후 끊임없이 불거져 온 부회장 선임 문제 역시 다음 총회에서 다시 거론키로 했다. 연합회 정관에 따르면 부회장은 5명까지 선출할 수 있으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집행부에서는 3명만 뽑기로 지난해 총회에서 결의된 바 있다. 하지만 부회장 자리를 놓고 여전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연합회 부회장은 올해초 김종순 충남조합 이사장의 자진 사퇴로 윤영근 부산조합 이사장과 조정래 광주조합 이사장 등 2명만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연합회의 이날 총회는 별다른 성과없이 양측의 견제와 대립을 다시 한번 확인한 가운데 끝났다. 회의가 끝난 후, 한 참석자는 무엇때문에 회의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현재 정비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공표제 폐지 여부와 자동차정비 관련제도가 어떻게 변하느냐다. 보험정비요금 공표제 존속 여부에 관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용역결과는 5월중 나올 예정이고, 정비제도 개선에 관한 교통안전공단의 용역결과는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며 건설교통부의 법률적 검토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둘다 정비업계의 사활과 직결돼 있는 문제다. 그러나 연합회는 이들 문제에 대한 논의나 대책마련보다는 반대파의 기세를 죽이는데 더 관심이 높은 듯 했다.
연합회는 지난해 한 달에 한번꼴로 총회를 개최했으며 올들어서도 이런 상황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렇게 총회가 잦은 이유는 총회 안건이 제 때 통과되지 못하고 자꾸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 등 집행부에 대한 공격이나 부회장 선임 문제는 총회때마다 거의 매번 거론되는 사항이나, 뚜렷한 결론을 내지못하고 연기와 연기를 거듭하고 있으며 이날 총회에서도 부의안건 대부분이 차기 총회로 연기됐다. 한 조합 이사장은 "최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이 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연합회는 회의 때마다 업권 보호와 발전을 위한 논의보다는 연합회 운영방식에 관한 시시비비, 사실상 집행부에 대한 공격과 이에 대한 방어에 더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일선 정비사업자들의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