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고속도로 폭설 고립대란'에 대해 한국도로공사가 운전자들의 육체적.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황성주)는 19일 고속도로 폭설대란 피해자 244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의 관리상 하자 때문에 발생한 고립사고로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배상 금액은 고립시간이 12시간 미만인 사람은 35만원, 12시간이상 24시간 미만은 40만원, 24시간 이상은 50만원으로 하되 여자, 70세이상 고령자, 미성년자는 10만원을 가산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고립대란 발생에 앞서 기상청이 예비특보를 발표, 각 고립구간 부근에 폭설이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점, 고립이 시작된 이후 무려 3시간후부터 특단의 조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고한 점, 기상청이 예측한 기상상황을 고려해 교통제한 및 운행정지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안일하게 판단해 뒤늦게 교통통제 지시를 내린 점" 등을 손해배상책임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어 "차량진입 통제 이후에도 9개 영업소에서 8천881대의 차량을 추가로 진입시켜 제설작업을 더 어렵게 한 점 등을 볼때 고속도로 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만약 적절하게 교통제한 및 운행정지조치를 취했으면 사고를 완전히 방지하지는 못하더라도 고립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폭설이 충청지역에서 100년만의 강설이기는 하나 적절한 대비책을 세움으로써 고립구간의 교통정체를 회피하거나 고립시간을 줄이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고립대란을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내방송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들이 고립구간에 신규로 진입하거나 차량을 방치하고 이탈해 제설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는 도로공사측의 주장도 증거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고속도로에 대한 모든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도로공사가 피고가 원고를 탓하기 전에 잘못이 훨씬 무겁다"며 "장기간 고속도로에 고립돼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입은 점, 소통 재개시기를 잘못 예측해 발표한 점 등을 고려, 위자료 액수를 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2004년 3월5일 대전, 충청지역에 하루동안 49㎝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려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남이고개 부근에서 차량들이 십수시간씩 고립되자 당시 운전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원고인단 244명을 구성, 그해 4월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인당 200만원씩 4억5천여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