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 사고율이 택시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았으나 대리운전사 가운데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10명중 4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교통연구원이 펴낸 '승용차 대리운전 실태분석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운전은 1998년부터 소규모로 시작돼 지난해 전국적으로 6천681개 업체에 8만2천949명의 대리운전사가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미등록 업체를 제외한 수치여서 실제 대리운전사는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해 9월∼지난달 13일 국내 최초로 전국대리운전자협회, 한국대리운전협회, 전국의 대리운전 사업자와 운전사, 이용자 등 총 3천405명을 대상으로 설문 및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리운전사 가운데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37%(3만772명)에 불과했다. 또 지난해 4∼7월 대리운전의 총사고 건수는 2천146건으로 1만 km당 평균 8.5건의 사고가 발생해 택시(4.7건)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문제는 63%에 이르는 무보험 대리운전사가 대형사고를 냈을 경우 피해보상을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대리운전사가 사고피해액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경우 2차적 책임이 이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대리운전보험에 가입한 대리운전사라 하더라도 피해액을 갚을 능력이 없으면 운전대를 맡긴 차량 소유자가 배상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대리운전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관리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대리운전업체를 운영할 수 있다. 신분증과 2종 보통운전면허만 있으면 초보 운전자도 대리운전이 가능하다.
또 대리운전 이용자의 59.4%는 대리운전사에게 원래 약속했던 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요구받았고 35%는 별도의 팁을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업체의 요금 과다 인하 경쟁으로 인한 요금 시비도 28.8%에 달했다. 대리운전 1회 이용요금은 1만∼1만5천원이 33.3%, 1만5천원∼2만 원이 27.8%로 들쭉날쭉했다.
대리운전 이용자의 11.1%는 사고 경험이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대리운전사가 가장 많이 위반하는 교통법규는 속도위반이 49.6%, 신호위반이 15% 등이었다.
반면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대리운전업체는 40.4%에 불과했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처럼 대리운전업체에 자율 규제하는 기간을 주고 점진적으로 대리운전보험 의무화 등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대리운전 실태조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외국의 대리운전 실태>
日, 대리운전 야광표지 붙여야
외국의 대리운전은 정부에서 엄격하게 관리되고 요금도 정액제나 회원제로 운영된다.
일본의 대리운전은 운전사 2인 1조로 구성된다. 대리운전사 1명이 고객의 차를 운전하고 나머지 1명은 업체의 자동차를 몰고 가 운전이 끝난 뒤 함께 영업소로 돌아오는 방식이다.
일본의 대리운전 기본요금은 2천600엔(약 2만1700원)으로 택시(660엔·약 5500원)에 비해 4배 정도 비싸다. 운행 요금의 경우 대리운전은 km당 450엔(20km 이내일 경우)이고 택시는 274m마다 80엔(약 668원)씩 계산된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지난해 대리운전 사업자는 총 5천706개 업체에 운전사 6만2천457명, 차량 2만2천922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리운전사는 관련법에 따라 운전대행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사전에 이용자에게 운행 요금을 설명한 뒤 야광으로 된 '대리운전'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엔(약 418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미국은 2명 이상의 음주자 그룹에서 1명이 술을 마시지 않고 나머지 그룹의 사람들을 데려다 주는 '지명 운전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뉴욕에서는 가입비 45달러(약 4만 원)를 내고 매회 38달러(약 3만4천200원)를 지불하는 멤버십 대리운전제도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