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재계약 여부를 놓고 갈등을 빚어오던 신용카드사와 교통카드 운영 사업자의 대립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카드사들이 연이어 후불 교통카드의 발급 중단을 발표하면서 신규카드는 물론 기존 카드에 대해서도 각각 계약 만료와 사용이 중단될 위기에 빠졌다. 이에 따라 불편의 몫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로 돌아갈 것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롯데.삼성카드, 교통카드 기능 완전 중단될 듯
롯데카드에 이어 삼성카드도 다음달 1일부터 교통 카드 기능이 완전 정지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카드 사업자인 한국 스마트 카드(KSCC)는 삼성카드와 협상이 사실상 결렬됨에 따라 4월 1일부터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삼성카드로 요금을 결제하고 있는 173만명 가량이 다음달부터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이미 신규와 재발급을 중단했으며 4월 1일부터는 기존 사용 고객들까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앞서 기존 교통카드 서비스가 중단된 롯데카드의 경우 교통카드 발급수가 2만여장뿐이어서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삼성카드는 발급수 200만여장으로 영향이 클 뿐아니라 이번 협상이 카드업계를 대표하는 성격도 띄어, 결렬될 경우 카드업계의 교통카드 서비스 전면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전 업계 카드사 전체가 교통카드 신규 발급이나 재발급을 중단하거나 중단할 예정으로, 롯데.삼성카드에 이어 전체 기존 카드도 사용이 중단될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독점 VS 담합.. 수수료 협상 결국 파국으로
카드사들은 기존에 교통카드 사용액의 0.5%를 KSCC에 제공해 왔지만 KSCC는 이를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KSCC는 롯데카드와의 협상에서는 승인(VAN)수수료율을 1.5%로 하고 대신 리스크관리(제품책임)까지 해주는 안과 리스크관리는 해주지 않는 대신 수수료율은 0.7%로 하는 두 안을 제시했었다.
삼성카드에 제시한 협상조건은 롯데카드에 제시한 조건보다 다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잇따라 발급중단을 선언한 카드사들은 KSCC의 이같은 요구가 터무니 없다는 주장이다.
신용카드 관계자는 "KSCC가 자사의 적자를 전액 후불교통카드 발행사에 전가시킬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를 카드 발행사에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자사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횡포"라고 밝혔다.
이러한 카드사들의 주장에 대해 KSCC측은 자사의 요구는 부당한 것이 아닌 수수료 현실화 차원이라며 맞서고 있다.
KSCC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데이터 관리에 드는 비용이 후불카드에서 80%를 차지하는데 수수료 수입비율은 선불에 비해 35%수준"이라며 "아직 계약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카드사들이 나서는 것은 개별협상을 막기위한 담합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아쉬울 것 없다" 이구동성에 소비자만 '불편'
이번 논란이 극한의 갈등으로 번진데는 양측 모두 '아쉬울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크다. 과거 양측 모두 혜택을 봤지만 이제는 '동거의 산물'인 후불식 교통카드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KSCC측은 후불식 교통카드가 낮은 수수료와 높은 관리비용 탓에 적자만 나는 사업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게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수수료 수입구조도 선불식과 후불식이 각각 65%(120억)와 35%(64억)으로 선불식이 컸다.
게다가 후불식 카드가 아예 사라지더라도 소비자들이 선불식 카드로 옮아가지 다시 잔돈을 사용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되지는 않게 될 것이라는 계산도 한몫 깔려있다.
카드사들도 역시 업계 전체가 교통카드를 포기할 경우 아쉬울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어차피 교통카드 서비스에서 수익은 거의 나지 않았다"며 " 자사 카드를 메인(main)카드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교통카드가 유용했지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던 것에 비용을 더 들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불편은 편리한 후불식 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소비자에게 돌아가게 될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