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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책임보험’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20-03-23 10: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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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 혜택은 성능점검업체, 보험료 납부는 소비자가
  • 無책임보험 거래 만연…중고차업체 대납도 비일비재


            서울 한 중고차 시장에 중고차량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교통일보 자료사진) 


중고차 구입 시 차량의 상태를 입증하는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중고차 책임보험이 성능점검업체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중고차 책임보험을 의무화했으나 소비자와 중고차업계의 반발 속에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보험 혜택은 성능점검 업체들이 보는데, 보험료 납부는 소비자가 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결국 중고차 가격 상승 요인이 되니 소비자들은 책임보험료 납부를 꺼린다. 이로 인해 무()책임보험 거래가 만연하고, 중고차업체가 보험료를 대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중고차 책임보험은 중고차 매매업체가 구매자에게 필수로 발급해야 하는 성능기록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성능기록부는 전문가들이 현재 자동차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해 차량 성능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검증한 서류다. 국가에서 지정한 자동차성능·상태점검 업체가 중고차업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차량을 점검한 뒤 건당 2~3만원을 받고 발급한다.

하지만 성능기록부를 믿고 자동차를 구매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계속 발생하자 성능기록부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특히 성능·상태점검 관련 손해가 발생해도 소비자는 성능점검 업체와 매매업체 중 누구에게 배상을 요구해야 하는지 명확치 않아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성능·상태점검 관련 손해 발생 시 성능점검 업체에 책임을 묻게 했다. 더불어 성능점검 업체에 손해배상을 보증하는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책임보험이라는 장치를 걸어두면 성능점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문제는 책임보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일어났다. 보험 혜택은 성능점검 업체들이 보는데 보험료 납부는 소비자가 하도록 한 것이다. 중고차를 사면서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소비자는 보험료를 내면서 보험사를 선택할 수도 없다. 성능점검 업체가 계약을 맺은 손해보험사의 조건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중고차업계 역시 책임보험이 사실상 중고차 가격 상승 요인이 되면서 시장이 위축될까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책임보험료 납부를 꺼리고, 중고차업체가 보험료를 대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한 중고차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대신 보험료를 지불하고 있다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털어놨다.

사실상 제도 자체가 유야무야된 가운데 책임보험 의무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함진규 미래통합당 의원은 개정안이 시행된 지 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지난해 820일 책임보험을 의무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꾸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의 거짓이나 오류를 막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입법 취지와 달리 과도한 보험료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성능·상태 점검자와 매매사업자 간 분쟁 갈등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의무보험이 임의보험으로 전환되면 사실상 제도가 폐지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도 개선의 본질은 중고차 책임보험의 혜택을 보는 성능점검업체에게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는 것인데 의무를 임의가입으로 바꾸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개정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 보류돼있어 이번 국회 임기 내 처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개정안은 자동폐기된다. 이럴 경우 새로운 국회에서 다시 입법발의하고 국회 심의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동안 중고차 책임보험은 방향을 잃고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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