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자동차노조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이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임금 보전과 근무교대 개편 등을 요구하며 5월 총파업 수순 밟기에 들어간다. 노사 간 협상 진척이 없을 경우 5월 중순께 전국 시내버스 중 절반에 가까운 2만여대가 운행을 멈추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28일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전국의 각 지역 버스 노조들은 29일 각 지역 노동청에 일제히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한다. 자동차노련은 지난달 19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사협상에 실패하면 쟁의조정신청을 내고 조정이 결렬되면 5월 중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한 바 있다.
시내버스를 비롯한 노선버스업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노동시간 제한 특례업종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300인 이상 사업장은 오는 7월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버스 준공영제가 실시되는 서울, 부산 등지는 1일 2교대제 등이 정착돼 큰 문제가 없으나, 경기도 등 그 외 지역에서는 격일제·복격일제 근무를 일반적으로 적용해왔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현재 16∼18시간 운행 뒤 하루 쉬는 격일제 근무가 하루 8∼9시간 교대제로 바뀐다. 버스업계 임금 구조는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49%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연장 근무 수당(기본급의 1.5배)이기 때문에 당연히 임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운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버스 운전자의 월평균 임금은 354만원이다. 자동차노련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 기존 임금보다 10~20%가 줄어들 것”이라며 "최소한 임금 보전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버스 회사들은 임금 보전까지 해주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수지 타산이 안 맞아 지자체 보조를 받는데 임금 보존과 추가 인력 확보 등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버틸 방도가 없다는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 모두 예산 지원을 요구하면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다.
자동차노련은 “경기도 등 버스 운전자의 임금구조는 장시간 운전으로 기본급이 전체 임금의 49%에 불과하고 연장근로 등에 따른 초과임금이 32%, 상여금이 19%에 달한다”며 “연말까지 추가 인력이 1만 5000여명이 필요한데 근로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규 인력 확보도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교섭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부산의 경우 아홉 차례 교섭을 실시했으나 모두 결렬됐다. 노조는 하루 10시간, 월 22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는 반면 사측인 부산버스조합은 시프트제(교대근무)를 도입해 월 22일은 9시간, 2일은 5시간 근무하는 형태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와 사업조합의 입장 차가 너무 커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김기성 전국버스연합회장과 류근중 전국자동차노련 위원장, 300인 이상 버스업체 대표들과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간담회를 가졌다.
김 장관은 “근로시간 단축을 버스업계에 닥친 어려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식을 바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와 버스업계, 노조가 합심해 대응하면 근로시간 단축에도 불구, 시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고 노선버스의 안정적 운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신규 인력 충원, 업계 부담 완화 등 근로시간 단축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됐다. 국토부는 인력 양성, 이동권 보장 사업, 노선 체계 개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이병문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