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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잡기 어렵다고 카풀 합승하라는 발상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09-27 2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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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풀 합법화, 알바 운전기사만 늘려 문제 많아
  • 공유경제는 만병통치약?…택시규제 철폐가 먼저


▲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불법 자가용 카풀영업 행위 근절 촉구 대회.


카풀은 지난 1994년 유가 폭등이 우려되자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자가용 함께 타기운동이 일어나면서 생겼습니다. 처음엔 공짜로 타기도 하다가 함께 타는 사람들이 미안해 휘발유 값이라도 각출해서 내주게 되자 자가용 유상운송행위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자가용 자동차를 유상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알선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카풀 자체가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서 운수사업법을 개정, 출퇴근 시간에 한해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게 됐습니다(법 제8111).

 

그 당시 출퇴근 시간은 통상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따로 두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서 스마트폰 앱 기술이 발전해 차량공유 서비스가 확대되고 카풀 사업이 등장하게 되면서 카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낍니다.

 

선의의 자가용 함께 타기운동이 완전히 다른 개념의 새로운 사업 수단으로 등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개인 자가용 차량으로 카풀 사업을 한다는 것은 엄연히 자가용 유상행위입니다. 카풀업계는 국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다양한 교통수단 제공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명분만 좋다면 불법·탈법을 해도 괜찮다는 얘기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카풀은 자가용 합승입니다. 만약 자가용 합승을 허용한다면 왜 택시 합승은 안 되는 것일까요? 합승 경쟁을 시킨다면 합승 경험이 있는 택시가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택시는 정부가 면허한 공공 운송수단으로 단속과 규제의 대상입니다. 택시사업자는 준수해야 하는 의무조항도 많으며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 부과, 사업정지, 사업취소 등 각종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에 반해 카풀은 이런 단속과 규제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택시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매우 높은 게 사실입니다. 택시기사는 불친절하고, 출퇴근 시간에 택시 잡기도 힘들며, 심야에는 승차거부 당하기 일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먼저 택시 발전과 서비스 개선대책을 마련해야지, 생뚱맞게 웬 카풀의 합법화입니까? 순서가 틀렸습니다.

 

카풀은 기본적으로 합승이기 때문에 합승 부활이 불러올 파급도 큽니다. 모르는 사람과 목적지를 공유하는 것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빠른 이동이라는 본연의 기능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택시합승 시대로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카풀 운전자의 경우 취업등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신원이 불명한 운전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자동차 사고가 나면 일부 보험회사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상운송에 대해 대인·대물 배상을 보상하지 않고 있어 교통사고로 인한 분쟁도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택시 운전기사는 신분이 확실한 정규직인 반면, 카풀 운전기사는 비정규직 프리랜서입니다. 일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아르바이트입니다. 왜 정부는 카풀의 합법화로 아르바이트 운전기사들만 늘리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가는 대목입니다.

 

서울 택시회사의 차량 40% 이상이 운전기사가 없어 쉬고 있다고 하는데 택시기사의 처우를 높여서 이들 차량을 가동할 생각은 왜 안하는 겁니까? 앞뒤가 뒤바뀐 것 같아서 참 답답합니다.

 

정부는 국가의 미래 경제발전을 위해 4차 산업의 하나인 차량 공유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강조합니다. 이번 카풀 합법화도 청와대 발() 의지가 강한 가운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앞장서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벤처기업이 우리나라 기업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좌우하는 것처럼 착각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때처럼 지금은 공유경제가 우리 경제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됩니다.

 

차량공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며 세계 교통업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시 영업행위 침해, 불법 차량 사용의 위험, 성폭행과 살해사건 발생, 기사의 착취와 이로 인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문제 등장, 규제 회피 등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카풀이 세계적인 추세의 공유경제 활성화에 발맞춘, 가격이 싸고 편리한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인 점은 분명합니다.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면 기존 산업은 어느 시기에 와서는 재편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택시 잡기가 어렵다고 기존의 대중교통체계를 흔드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승차난 문제는 제도나 시스템으로 얼마든지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데 법이나 제도 적용도 받지 않는 카풀을 왜 서둘러 도입해야 하는지 큰 의문입니다.

 

카풀업계는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한국은 왜 세계적 추세에 뒤처지려 하는지 모르겠다, 규제를 풀어야한다.”. 맞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차량공유 서비스를 도입한 나라도 있고 없는 나라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규제는 택시산업이 더 심합니다. 택시는 준수해야 하는 법도 많으며 요금도 정부가 정한 획일적인 단일 요금제에 모두가 따라야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고, 서비스 제공과 운영방식에도 자율성을 거의 도모할 수가 없습니다. 규제를 풀려면 택시업계에 먼저 풀어야죠. 그래야 공정한 경쟁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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