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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 살 깎아먹는 정비업계 ‘왜 으르릉거리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07-13 21: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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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 정비요금 공표 후 두 연합회 간 주도권 싸움


▲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는 지난 5일 대전에서 개최한 ‘표준공임 등급산정을 위한 전국 각 시·도 조합 실무자 교육’에 경기·전북조합을 제외한 전국 각 시·도 조합 관계자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8년 만에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을 공표한 뒤 어떻게 된 셈인지 같은 식구인 정비업계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으르릉거리고 있습니다. 40년 가까운 기자생활을 한 저로서도 참 보기 드물고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입니다.


정비요금 공표제는 정비-보험, 양 업계 간 분쟁 예방이 목적입니다. 공표제가 오히려 분쟁을 조장한다면 제도 시행의 실익이 없어 차라리 공표하지 않는 게 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정비요금 공표도 양 업계의 합의를 유도하는데 2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지난달 29일 보험 정비요금을 공표한 뒤 같은 식구인 정비업계에서 분쟁이 일어났습니다. 경기도자동차검사조합(이하 경기조합) 조합원들이 3일부터 세종청사 국토부 앞에서 정비요금 공표제를 폐지하라는 집회를 벌이자 정비업계 대표로 이번 협상에 참여한 전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이하 전국연합회)'공표제를 적극 환영한다며 맞불집회를 가졌습니다.


공표 정비요금이 현재 받는 정비요금보다 시간당 7075원이 더 적다는, 경기조합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가 SNS상에서 유포되자 전국연합회도 가만히 있으면 덤터기를 쓸 것 같아서인지 19146원 정도 더 올랐다며 허위사실에 조합원들이 속지말라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13일에는 경기의 한 지방신문에 국토부가 전국 17개 시·도 중 경기도 지역만 공표제에 반대하는 것처럼 꼼수를 부리며 지역조합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경기조합의 입장을 많이 반영한 내용이 게재됐습니다. 이에 대해 연합회는 사실과 전혀 다른 얘기라며 전국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조속히 계약을 체결해 어려운 경영여건이 개선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연합회에 보내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연합회는 그 증거로 지난 5일 대전에서 개최한 표준공임 등급산정을 위한 전국 각 시·도 조합 실무자 교육에 경기·전북조합을 제외한 전국 각 시·도 조합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이에 앞서 2일 대전시에서 열린 자동차보험 정비요금 용역결과 설명회에도 전국 각지에서 약 5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연합회는 그동안 경기조합은 국토부와 정비업계, 보험사가 참여하는 보험정비협의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결과를 알리는 문서를 확인하지도 않았다며 경기조합을 비난합니다. 경기조합도 너희가 우리를 제대로 끼어주기나 했느냐. 그래서 우리가 연합회를 탈퇴하지 않았느냐며 전국연합회를 성토합니다.


하지만 정작 정비요금이 공표된 지금에 와서 왜 서로 다투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국토부가 어렵게 성사시킨 공표 요금을 없던 일로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표요금 또한 정비업체와 보험사 간 계약 체결 시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참고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일선 업체의 계약체결 내용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서로 싸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죠.


자동차검사정비업계의 분열과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해 전국 17개 사업조합 중 경기조합 등 7개 조합이 전국연합회 탈퇴를 선언하고 한국자동차검사정비연합회를 설립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비요금 공표가 평소 불편했던 두 팀 간에 노골적인 싸움을 벌이는 도화선이 된 것뿐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한국연합회는 호시탐탐 전국연합회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이번 정비요금 공표를 계기로 한국연합회를 주도하는 경기조합이 선두에 서서 전국연합회 때리기에 나섰고, 전국연합회 역시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존재의 가치를 드러내는 싸움이라고 할까요? 매일 매일 부도 걱정을 하며 살아가는 일선업체 조합원들만 불쌍한 셈입니다.


1997년 이전에는 전국연합회와 손보협회가 노사협상하는 것처럼 줄다리기를 하면서 보험 정비요금을 정했습니다. 공정위원회가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고 각 업체별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서 정비업체-손보사 간 분쟁이 심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38월 국회 도종이 전 의원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도입된 게 정비요금 공표제입니다.


이 제도는 시행초기부터 폐지 논란에 휩싸인, 세계에서 유례없는 제도입니다. 손보업계는 물론 금감원, 재경부 등도 정부가 보험 정비요금을 공표하는 선례가 없고 양 업계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며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 정비업계의 반발을 샀습니다. 이들은 현재도 공표제를 폐지하자는 입장입니다. 최근엔 국토부마저도 폐지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으며, 아마 이번 공표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릅니다.


정비업계는 공표제 폐지가 거론될 때마다 강력 반발하면서 대규모 궐기대회를 몇차례 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비업계가 이제는 일부라고해도 정반대인 공표제 폐지를 들고나오니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해 국회 안호영 의원이 공표제 폐지와 보험정비협의회 구성을 내용으로 하는 자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한국연합회 측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대안반영으로 폐기된 바 있는 점을 볼 때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오히려 그 당시 전국연합회는 정비요금 공표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공표제를 폐지하고 보험정비협의회 구성 쪽으로 방향을 잡은바 있어 지금은 완전히 주객이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하는 정비업계의 지도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지 않아도 좋으니 이제 집안싸움은 그만 멈추고 보험 정비요금 개선방안, 그것이 공표제 또는 보험정비협의회가 됐든 자율화가 됐든 진지하게 논의해 올바른 방향을 잡아나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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