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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버스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8-05-03 21: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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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차'직전 버스…우리 농촌 현실이 키운 ‘인재“


▲ 2일 오전 국과수 조사관들이 지난 1일 발생한 교통사고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25인승 미니버스 차량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일 전남 영암에서 총각무 수확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 중이던 노인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넘어져 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도로 위를 비틀 거리는 비정상적인 주행 장면이 포착된다. 충돌 전부터 좌우로 흔들렸던 것이다. 이후 코란도 차량 백미러 부딪힌 이후, 도로 위를 갈지()자로 달리더니 6초만에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바깥으로 고꾸라졌다.


블랙박스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차량 노후가 사고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랙박스 영상, 차량 이력을 종합해 볼 때, 타이어·조향장치 등이 전반적으로 정비가 안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더불어 운전자의 졸음운전 같은 부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도 미니버스 비정상적 주행 원인을 차량 노후 졸음·음주 운전 등으로 압축하고 있다.


사고 차량은 2002년 출시된 현대 카운티(터보) 모델로 16년 가량 운행된 노후차량이다. 사고 이력만 최소 5차례에 이르며 차량주인만 7번 바뀌었다. 그만큼 차량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케한다. 주민들은 사고 이전부터 이 미니버스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사실상 폐차 수준의 차라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총각무밭에 일하러 오는 노인들을 주로 태웠다. 미니버스 기사들은 머리 수로 그날 벌이가 결정된다. 운임료 뿐만 아니라 일거리를 소개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실제 총각무 밭에서 일했던 할머니들은 일당(75000) 가운데 1만원 정도를 미니버스 기사에게 일거리 알선 수수료로 건넸다. 밭 주인들이 인부를 여러 명 모아와 달라고 기사한테 부탁한다. 그러면 기사는 할머니들을 태우고 수수료랑 기름값, 인부 조달비를 받는 구조다. 기사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이 태워야 돈을 더 벌어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사고는 무자격자에 의해 알음알음인력이 중개되는 우리 농촌 현실이 키운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무허가 인력중개는 지자체와 농협 등이 운영하는 인력중개센터와 달리 농작업상해보험 등이 적용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 다행히 이번 사고는 운전기사가 별도 보험료를 내고 유상운송 위험을 담보하는 특별계약을 해 사고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농촌 노인들이 지자체와 농협이 운영하는 공식적인 인력중개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번거롭기 때문이다. 고령의 노인들이 인력중개 신청, 근로계약 절차 등을 밟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때문에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작업반장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소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농협은 이번 사고와 같이 민간 인력중개가 활발한 곳에선 농협 인력중개센터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조합과 그렇지 않은 조합도 있어 중개실적이 조합별로 편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농작업 인부들을 실어나르는 차량들이 대부분 자가용이다. 사고차량도 자가용으로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이 미치지 않는 틈을 타 농촌에서 자가용을 이용한 인부 수송 등 불법 영업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이 같은 농촌 현실을 잘 들여다 보고 인력 중개, 인부 수송 과정에 문제점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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