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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노선 토론장 만들자"
  • 국정넷포터 한우진
  • 등록 2005-12-23 07: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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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공교통은 크게 버스와 지하철로 나눌 수 있다. 지하철은 대량수송의 장점을 갖지만, 노선이 한번 결정되면, 그것을 바꿀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버스는 대량수송을 하기는 어렵지만, 도로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훨씬 유연한 노선 설정이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버스와 지하철이 서로 협력하여 공공교통망을 만들어가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 경쟁할 경우 공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여름 서울시가 지하철과 버스의 운임체계를 통합한 것은 매우 훌륭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지하철 노선은 건설전에 미리 교통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노선을 정하며, 한번 개통하고 나면 바꿀 수 없다.

그러나 버스노선은 승객의 수요가 발생하면 생겨나기도 하고, 수요가 없어지면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수요의 변화에 따라서 배차시간이 변화하는 등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처럼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이전에는 사기업이 독자적으로 버스를 운영하였기 때문에 비록 지방정부에서 허가를 해주긴 하였으나, 실제로는 버스회사들이 버스 노선을 정해 왔다. 이런 방법은 사기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창의성, 기업가 정신 같은 모험심에 바탕을 두고, 최적의 버스노선을 찾아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여러 개의 버스회사들이 한정된 황금노선을 놓고 경쟁을 하다보니, 황금노선에는 불필요하게 많은 버스가 들어가서, 난폭운전 같은 경쟁이 격화되며, 비수익 노선에는 아무도 들어가려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더구나 이러한 경쟁에서 밀려난 회사들이 차례차례 도산하면서, 버스회사들은 만성적인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해 7월 1일부로 서울시가 직접 노선을 결정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것이 바로 ‘준공영제’의 도입인 것이다.

준공영제란 버스노선은 각 버스업체의 사유물이 아닌 시민의 소유라는 ‘버스노선 공개념’에서 출발한 것으로써 모든 버스의 수익을 통합하여 관리하고, 버스회사에는 정해진 비용만을 지급하여 버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즉 준공영제가 시행되면, 버스회사는 정해진 노선대로 정해진 횟수만 버스를 운영하면 서울시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으므로 과당경쟁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서울시는 노선 설정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이 원하는 버스노선을 정확히 설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준공영제란 버스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준공영제 개편 이후 서울시의 버스노선 설정은 서울시가 직접 하고 있다. 작년 7월 1일에 버스노선 초안이 나왔고, 그 이후로도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노선을 개편해오고 있다. 그리고 버스노선을 바꾸기 위한 기초자료는 시민들의 교통카드 이용실적 분석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버스노선 개편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 변화하는 정도가 너무 빨라 시민이 못 따라올 정도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버스개편을 하면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도심행 간선버스 x00번 시리즈는 상당수가 폐선되거나 노선이 바뀌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노선이 바뀌었고, 특히 노선이 정기적으로 바뀌는 게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바뀌니 시민들이 적응하기가 어렵다.

또 하나는 노선이 바뀌면서도 바뀌는 이유나 바뀐 후의 기대효과 등에 대해 설명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비록 버스노선이 바뀜으로써 혜택을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노선이 바뀌어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 설명도 없이 노선을 뺏긴 것 같은 불만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문제점은 버스노선 개편의 근거가 교통카드 실적에만 의존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민원 게시판에 가보면 버스노선에 대한 민원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교통국의 도식적인 답변만 올라와 있을 뿐,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가 어떻게 정리되고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교통카드 실적을 바탕으로 노선을 정하는 것은 간접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교통카드를 쓰는 것도 아니다. 특히 전혀 새로운 노선을 만들어야 할 경우에는 기존의 교통카드 자료가 없으므로 도움이 안된다.

따라서 본인은 버스노선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토론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버스노선에 관한 민원만 따로 모으는 것이다. 이 토론장은 인터넷상에 개설하면 될 것이다.

이곳에 들어온 시민들은 본인이 원하는 노선이나 기존 노선중에 개선을 원하는 노선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만일 이 노선 개선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찬성을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찬성을 많이 받은 노선에 대해 우선적으로 개선을 시행한다면, 시민들의 의견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을까?

교통 공무원 입장에서도 단발적인 민원을 일일히 따로 처리하는 것보다 이런 토론장을 통해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처리하는게 훨씬 편리할 것이다.

또한 노선 토론장의 좋은 것은 민원을 통한 노선 개선 요구 방식에서는 10인 10색의 노선안이 나올 수 밖에 없지만, 노선 토론방을 통하면 각 시민들끼리 서로간의 토론을 해가면서, 최선의 버스 노선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가 섣불리 노선을 건드렸다가 만족하며 버스를 이용하던 다수가 더 큰 불만을 가지게 될 수 있는데, 미리 토론방에서 노선 개편에 대해 찬성측과 반대측이 미리 논의를 벌인다면, 서울시도 훨씬 균형적인 시각에서 노선을 개편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뭔가를 만든다는 성취감을 가질 때 만족을 하게 된다고 한다. 불편한 버스노선은 계속되는데 버스노선 요구를 해도, 늘 판에 박힌 답밖에 들을 수 없고, 노선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예측도 할 수 없다면 타고 싶은 버스가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반복되는 시민들의 무력감은 소모적인 민원만을 발생시키고, 결국에는 버스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하지만, 모든 시민이 '버스노선 토론장'에 모여 활기차게 토론을 해나가고, 최선의 버스노선을 찾아나간다면 그리고 그 버스노선이 시에 의해 채택, 실제로 운행이 되기 시작한다면 모든 시민들이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든 버스노선’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21세기 지방자치시대의 진정한 시민참여 정책결정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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