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과 차로를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먼저 도로교통법을 살펴보면 ‘차선(車線)’은 ‘차로와 차로를 구분하기 위하여 그 경계 지점을 안전표지에 의하여 표시한 선을 말한다.
그리고 ‘차로(車路)'는‘차마가 한 줄로 도로의 정하여진 부분을 통행하도록 차선에 의하여 구분되는 차도의 부분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국어사전에도 ‘차선’은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이고, ‘차로’(이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찻길로 순화하여 사용할 것을 권하고 있음)는 ‘사람이 다니는 길 따위와 구분하여 자동차만 다니게 한 길’이라고 정의하여, 의미를 구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차가 달리는 길이 ‘차로’이고, 차로와 차로를 구분하느라 그은 선이 바로 ‘차선’이다. 따라서 도로공사 등으로 차로가 줄어 들 때 ‘차선 감소’ 안내문을 걸어놓은 것을 보았는데, 이는 ‘차로 감소’가 정확한 표현이다. ‘버스 전용 차선제’도 ‘버스 전용 차로제’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차로 감소’로 인해, 차가 꼼짝하지 않는 교통 상황을 두고, ‘차가 막혀서 교통 혼잡이 심했다’고 말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것이다. 막히는 것은 차가 아니라 길이다. ‘길이 막혀서 ……’라고 해야 한다.
급기야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자동차가 차선을 지키며 달리는 차들 사이로 무리하게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끼여들기’라고 잘못 표기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좁은 틈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는 일은 ‘끼어들기’가 맞는 말이다. 어떤 일에 아는 체하거나, 간섭하여 나서거나 참견하는 경우도 ‘끼어들다’라고 한다. 이유 없이 ‘끼여들다/끼여들기’ 등으로 써서는 안 된다.
'인터체인지(interchange)’에 대해서도 언급해 보자. 인터체인지의 사전적 의미는 ‘도로나 철도 따위에서 사고를 방지하고 교통이 지체되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하여 교차하는 부분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서 신호 없이 다닐 수 있도록 한 곳’이다. 흔히 아이씨(IC)라고도 하는데, 국립국어연구원에서 편찬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입체 교차로’로 순화해서 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입체 교차로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모두가 ‘나들목’이라는 단어를 쓴다. 그러나 국립국어연구원 발행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나들목’이 올라 있지 않다.
아마도 사전 편찬 당시(1999년)에는 이 단어가 보편화되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매년 ‘신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데, 2002년 보고서에 ‘나들목’을 올려놓고 있다. ‘신어 보고서’의 단어도 표준어 심의위원회에서 채택이 되어야 사전에 오르는데, ‘나들목’의 경우는 이미 널리 쓰고 있으니 머지않아 사전에 등재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오히려 언중의 선견지명이 있는 국어 순화운동이 언어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 전에 일본식 한자어인 ‘노견’이 자연스럽게 쓰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방송과 언론 등에서 우리말 표현인 ‘갓길’로 고쳐 쓰자고 하자,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갓길’로 쓰고 있다. ‘고수부지’도 많이 쓰다가 ‘둔치’로 고쳐 사용하면서 이제는 제대로 정착됐다. 이는 우리 국민이 문맹률이 낮고, 교육 수준도 높기 때문에 얻은 결과이다.
언어 규범의 통일과 전파는 학교 등의 공교육 기관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 늘 접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을 이용해서도 가능하다. 최근 신문과 방송은 이념의 편중과 선정성 시비로 국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 기회에 국어순화 운동에 앞장서서 공익적 역할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