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16일 김익환 사장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조남홍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는 지난 2월 사장이 교체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인사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아는 이번 인사와 관련, 현장중시의 경영원칙과 이를 계기로 노사가 협력하는 기반을 조성키 위해 사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임 김 사장은 지난 2월 국내영업본부장에서 사장으로 발탁된 후 '롱런'이 예상됐던 터라 현대차 그룹 내에서 조차 김 사장의 낙마를 '의외의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당시 기아차의 홍보를 함께 맡고 있던 김 전 사장은 홍보맨 출신 최고경영자(CEO)로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무난한 성품에 홍보맨 특유의 친화력으로 국내영업과 노무 관리를 담당했으며 현대차 그룹의 후계자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도 손발을 잘맞춰, 정 사장이 맡고 있는 해외영업 및 해외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측면 지원해 왔다. 잘 나가던 김 전 사장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고문으로 물러난 것에 대해 현대차 그룹측에서는 "분위기 쇄신"이라고만 말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문책성 인사는 아니며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단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의 조기 낙마는 매끄럽지 못했던 노사 관계와 실적 부진이 복잡적으로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사장은 올해 초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던 노조의 채용비리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윤국진 사장을 대신해서 기아차의 안살림을 맡았다. 같은 시기 정의선 사장이 기아차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관리형 사장'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돼 있었다.
김 전 사장은 그러나 기아차 실적이 적자로 전환된 상황에서 벌어진 노조의 장기 파업에 탄력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전 사장의 후임으로 현장통인 조남홍 화성 공장장이 발탁된 것도 이런 인사 배경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5천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 들어서는 3/4분기 21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누적 영업이익이 198억원에 불과하다. 홍보맨 출신의 김 전 사장에게 기대했던 노조와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인사는 정몽구 회장 특유의 '조직 추스르기'가 작용됐다는 분석도 강하다. 갑작스런 인사조치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 회장의 큰 아들인 기아 정의선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윤국진 기아차 사장, 박정인 현대모비스 회장, 김무일 현대INI스틸 부회장 등에 이어 김 전 사장마저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에 앞으로도 굵직한 '인사 태풍'이 불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편으론 지나치게 잦은 사장 교체가 오히려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도 있다는 점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