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법 개인 자가용 지입차량 정부가 눈감아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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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물류서비스 육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택배 차량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1만2000대를 증차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이런 정책 배경에는 택배업계의 끈질긴 요구와 연간 수조 원의 이해득실이 숨어 있다는 점에서 특혜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택배 증차는 사실상 택배업체의 불법 자가용화물차를 사업용화물차로 전환해주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에 택배업체의 불법 자가용화물차 1만1200대를 택배 전용 ‘배’ 번호판으로 전환해준바 있다. 1년도 지나지 않았다.
현재 국내 택배시장은 연간 배달 물량이 15억 박스에 3조7000억 원 규모로 발전했다. 사업용 화물차 증차가 제한돼 있는 가운데 현재 택배업체의 차량 가지고는 갈수록 늘어나는 택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택배회사들은 개인 자가용화물차 운전자와 계약을 통해 지입 택배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현행법상 엄연한 불법영업이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회사들이 자가용 지입차량을 운영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지만, 택배차량이 절대 부족한 상황에서 제시간에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 택배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지금보다도 최소한 1만4500대 정도는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택배증차방안은 서울 등에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택배 카파라치제'를 앞두고 업계의 끈질길 요구에 결국 손을 들었다는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가 올해 추가 승인할 계획인 택배차량 1만2000대는 현재 불법영업을 하고 있는 개인택배차량 1만1200여대와 숫자상 거의 맞아 떨어진다.
이는 그동안 택배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불법 개인 자가용 지입차량을 정부가 눈감아주고 합법화해준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카파라치제가 시행되면 개인 택배차량이 그나마 불법영업마저 못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택배 대란이 우려돼 증차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용달화물연합회는 “현재 택배 차량은 택배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부족하지 않다”며 “택배업계가 증차를 받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용달화물연합회는 “현재 택배 전용 ‘배’ 번호판 차량은 집·배송이라는 택배 고유 업무를 벗어나 대형 마트 등에 투입돼 용달화물차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택배 증차를 논하기 전에 ‘배’ 번호판 차량에 대한 실태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