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한 브리핑이 열렸다. ‘연비 부풀리기’ 의혹을 받은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에 대한 연비 조사 결과 발표였는데, 보도자료가 4개나 배포됐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산업통산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하나씩 자료를 냈다. 통상 국무조정실이나 기재부가 하나로 모아서 대표로 발표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었다.
브리핑에서 네 부처는 따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산업부는 싼타페와 코란도스포츠의 연비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두 차량의 측정 연비가 사전에 신고한 연비와 허용 오차범위(5%) 이상 차이가 나 과징금을 물리겠다고 했다. 기재부는 하나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산업부와 국토부가 서로 딴 얘기를 하게 돼서 송구스럽다고 했다. 중재 역할을 했어야 할 국무조정실은 연비 조사를 국토부로 통일하고, 연비 기준을 더 강화하겠다는 대책만 발표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연비가 문제라는 건지, 아니라는 건지 명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의 공식적인 판단이 2개로 엇갈려 나중에 관련 소송이라도 있다 보면 논쟁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부처 간 고질적 영역 다툼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내년 시행을 앞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의 경우, 환경 보호를 기치로 내건 환경부와 배기가스 관련 중복 규제 및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업계와 산업부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것은 또 어떻게 해결할는지 정부의 능력이 의심스럽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