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캐피탈사가 제휴를 맺고 자동차 값을 깎아주는 카드 복합할부상품(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의 존폐를 두고 카드·캐피탈·자동차 업계가 격론을 벌였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삼성카드, JB우리캐피탈, 현대캐피탈, 삼화모터스, YMCA 등 카드·캐피탈·자동차업계·시민단체를 초청해 ‘신용카드 연계 자동차금융(복합할부)의 적정성 검토 및 개선 방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제조사가 불필요한 가맹점 수수료를 내야하고, 고객에게 측이 아닌 해가 되는 상품이라며 상품 폐지를 주장했다. 황유노 현대캐피탈 부사장은 “복합할부금융은 가맹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편법적인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현대차가 복합할부 상품때문에 카드사에 지급한 수수료는 874억원에 달한다.
반면, 카드·캐피탈사는 자동차 복합할부가 여러 종류의 자동차 구매 결제수단 가운데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상품이고, 폐지할 경우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과 선택권이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정상호 삼성카드 상무는 “신용카드의 본질은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소비자에게 무이자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카드를 이용한 차량 구입은 고객의 선택권 문제”라고 말했다.
자동차 복합할부상품은 신용카드사가 캐피탈사와 제휴해 소비자의 차량 구입 부담을 줄여주는 상품이다. 소비자는 신용카드로 자동차를 구입하고 할부대금과 이자는 캐피탈사가 갚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합할부금융 금리가 일반 할부금융보다 1%포인트 정도 낮아 유리하다. 카드사들이 자동차 업체로부터 받는 가맹점 수수료(1.9%) 이윤을 통해 복합할부 상품에 금리 인하와 캐시백 형태로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영업 방식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복합할부상품은 지난 2009년 롯데카드와 아주캐피탈이 제휴해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 6개 카드사와 7개 캐피탈사(KB, JB우리, 아주, BS, 하나, 메리츠, KDB)가 제휴해 판매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다른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복합할부금융은 지난해 시장규모가 4조5000원, 이용 고객 수가 15만명에 이르는 등 보편화 돼 있어 상품 폐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소비자단체는 복합할부금융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YMCA 신용사회운동국 서영경 팀장은 "모든 소비자 단체에 접수된 복합할부 관련 민원을 조사했으나 접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소비자들에게 금리 이득이 있고, 시장경쟁을 유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다만, "카드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자동차사가 차량 가격을 인상할 우려도 있어 당국이 제도 존폐를 결정하기 전에 장·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무엇이 유리한지 종합적으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