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보사 “AOS 견적만 인정”…정비업체 “타 프로그램도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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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와 자동차정비업계가 수리비전산견적시스템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뱔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만든 수리비전산견적시스템(일명 AOS)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타 프로그램 사용과 시간당 정비공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보사들은 “특정 프로그램을 띄우기 위한 의도”라며 맞서고 있다.
최근 정비업체들 중에는 AOS 사용을 거부하고 민간업체가 만든 H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사와 정비업체들은 고객의 차량 수리비 인정여부를 놓고 소송을 벌이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정비업체들은 손보사와 갈등 원인이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만든 AOS만 인정하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한 정비업체 사장은 “AOS는 지난 2005년에 산정된 표준작업시간을 적용하고 있는데다가 항목도 세분화되지 않아 정비업체들의 불만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정비업계의 입장을 많이 반영하고 항목도 세분화된 H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AOS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보사가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아 손보사와 정비업체들 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보험사들의 출연금으로 설립된 기관으로, 사실상 ‘갑’의 위치에 있는 손보사들이 AOS를 만들어 ‘을’이라고 할 수 있는 정비업체들에게 사용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보험사들이 수리비견적시스템을 만들어 사용하는 나라는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손보사들은 정비업체에 AOS만 사용해 청구하라는 계약을 강요하기도 했다. 정비업체의 계속되는 항의와 불공정행위에 대한 이의 제기로 현재는 ‘AOS만 사용해야 한다’는 계약 내용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현실적 압력은 계속되고 있다.
정비업체들이 AOS를 무시하고 수리비를 청구하면 손보사들은 일방적으로 수리비를 입금시켜놓고 “불만이 있으면 알아서 실력행사를 해보라”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황인환 서울정비조합 이사장은 “보험개발원이 임의대로 만든 AOS를 사용하다보니 정비사업자들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며 “다른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거나 정비공임을 현실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AOS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공문을 통해 전달했다. 기술연구소는 정비공장들의 불만 및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차종별 250개 항목을 400~450개 이상으로 세분화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