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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 입석 질주' 무대책이 상책?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5-06 19: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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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차대수·노선 놓고 지자체간 이해득실로 합의 불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사회 곳곳의 안전 불감증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광역 직행좌석버스를 타는 승객의 안전은 또다시 뒤로 밀렸다.

서울 등 수도권을 오가는 광역 직행좌석버스가 불법으로 입석 승객을 잔뜩 태운 채 고속도로를 내달려 위험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대책안을 내놓겠다고 예고했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은 지난달 23일부터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직행좌석버스노선 운영업체가 입석 운행을 금지하면서 ‘광역버스 입석’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책 마련 초기에 기존 버스 증차, 전세버스·광역급행버스(M-버스) 추가 투입 등에 합의를 보았다. 출퇴근시간에 190여대의 버스를 추가 투입해 서울 양재, 사당, 한남동, 합정, 여의도환승센터, 종합운동장(잠실) 등의 지하철·버스 거점지역에 운행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입석 대책은 수차례 회의를 거치고도 발표되지 못했다. 각 기관의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 2일, 노선별로 공급할 차량에 대해 지자체 간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발표를 사실상 취소했다.

이번에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 차가 컸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기존 노선을 활용해 서울 도심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추가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서울시는 “도심 교통난이 가중된다”며 이에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버스를 늘리더라도 비교적 외곽 지역인 사당·양재 등까지만 들어오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버스 숫자를 늘리면 운송비용이 늘어나 승객들의 운임 인상 필요성도 다시 불거지고, 버스 업체들은 입석 승객을 태우지 못한 만큼 이익이 줄까 우려한다”며 “관련 지자체들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승객 불편 등으로 표가 떨어질까 봐 눈치를 보는 바람에 대책이 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자체에 노선 결정을 맡기지 않고 국토부가 직접 5~6주간 수요를 분석하고 노선을 확정하는 방향으로 재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최소한 2~3개월간 승객들은 선 채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좌석버스를 타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는 “안전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두겠다”고 했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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