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저녁이었다. 출장을 다녀온 이후라 일이 밀려 저녁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막차를 타고 집에 오던 중이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광역버스엔 사람들이 만원이었고, 좌석은 물론 통로도 꽉 차 있었다. 그래서 통로에 서지도 못하고 버스 계단에 서서 집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버스가 약간 흔들거렸다. 그리고 잠시후 조금씩, 조금씩 서서히 흔들거리는 버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나는 버스기사를 돌아보았다. 아뿔싸, 눈을 감고계시는 아저씨!!
순간 머릿속에 혼란스런 생각이 들었지만, 먼저 화가 났다. 대체 버스안에 있는 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분이 어떻게 졸 수 있는가!
아저씨는 연신 몰려오는 졸음을 깨우기 위해 팔운동도 하고 창문을 열고 닫으면서 노력했지만, 역부족으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어, 난 기사분에게 "아저씨, 졸면 안되죠" 라고 말했다. 아저씨는 그 때서야 잠에서 깨며, "피곤하다"고 말씀하셨다.
마음 같아서야, 피곤하면 좀 쉬었다 가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막차인 관계로 시간도 늦었고, 많은 사람의 동의도 필요할 것 같아서 그냥 기사분께 말을 걸어 잠을 깨워드렸다.
하루에 6번을 왕복하며 12시간을 운전한다고 한다. 중간에 한번 정도밖에 쉬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어떻게 많은 생명을 책임진 운전사가 졸 수 있는가!!
하지만 화나는 것보다 더 씁쓸한 것이 마음속에서 커져 갔다. 어찌보면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 이윤 극대화라는 미명아래, 너무 최대만을 고집하는 게 아닐까? 하나의 버스를 두명의 운전사가, 만약 그게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2대의 버스를 3명의 운전사가 나누어 운전할 수는 없을까? 피곤할 때 잠시 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는 없을까?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운전기사들의 근무환경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한다. 운전사를 더 고용하는 비용이 승객들의 목숨보다 더 값어치 있다는 사실이 현실에 적용돼 승객 모두가 편안한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면 한다.
언제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운전사를 더 고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성이 있고, 효율적이고 능률적이라는 것이 알게 될까? 씁쓸한 마음으로 그런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