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에 대한 인수전이 뜨겁다. 법정관리중인 대한통운은 회사 정상화가 마무리 단계로 매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한통운을 원하는 기업은 줄을 섰다. 지난달 STX그룹은 대한통운 지분 21%를 인수해 단숨에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그러자 나흘 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55만주를 사들여 종전 9%에서 14%로 지분을 늘렸다. 내년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앞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해 놓기 위한 일종의 신경전이다.
대한통운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STX와 금호아시아나뿐만이 아니다. 롯데와 CJ그룹이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최근에는 레미콘과 콘크리트 사업이 주력인 유진그룹도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때 존폐 위기까지 몰렸던 대한통운이 이처럼 최고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이유는 현재 영업실적도 좋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법정관리하에서 주인 없이도 잘 커왔는데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다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관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한통운은 5천500여 대의 운송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모든 항만과 철도역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등 거미줄같은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정부정책물자(비료 양곡) 수송 등 한꺼번에 대량의 운송 차량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이 회사가 거의 유일하다.
대한통운의 발목을 잡던 '리비아 리스크'가 해소된 점도 미래가 밝은 요인 가운데 하나다. 대한통운은 모기업인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 때문에 2001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동아건설이 시공하던 리비아 대수로 공사를 대신 떠맡았다. 하지만 올해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를 끝내면서 2억6천700만 달러(약 2천670억 원)의 우발채무가 없어져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게 됐다.
대한통운 매각작업은 내년 6월 말 리비아 대수로 관리청으로부터 2단계 공사 최종완공증명서(FAC)를 받은 뒤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방식은 유상증자를 통한 제3자 매각이 유력하다.
내년 5월 동아건설 정리채무 4천449억 원이 회사의 주채무로 인수될 예정인데 부채 상환하고 투자도 하려면 최소 1조 원의 자금이 들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의 경영권을 가지려면 1조 원은 있어야 한다는 얘기지만 지금처럼 경쟁이 가열된다면 인수금액은 더 뛸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