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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시내버스, ‘의문의 질주’ 대형 교통사고
  • 김봉환
  • 등록 2014-03-23 0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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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자기 전용차로 이탈 후 질주…연쇄 추돌사고 일으켜
 
한 시내버스 기사가 한밤에 의문의 교통사고를 내고 숨졌다. 그가 몰던 버스는 갑자기 버스전용차로를 벗어나 택시·승용차들을 연쇄 추돌했다. 버스는 뺑소니치듯 질주해 노선을 이탈해 달리다가 다른 버스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지난 19일 밤 11시 43분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사거리에서 염모(59)씨가 몰던 3318번 시내버스가 6차로에서 신호 대기하던 택시 3대를 잇따라 추돌했다. 버스는 사고가 나기 50m 전 중앙버스차로 정류장에 멈췄다가 갑자기 전용차로를 이탈해 6차로 쪽으로 차선 5개를 넘어가 택시들을 추돌했다. 이후 버스는 신호를 무시한 채 질주하기 시작했다.

첫 사고 지점에서 610m를 직진하던 버스는 잠실역 사거리에서 노선을 벗어나 송파구청 쪽으로 우회전했다. 400m 더 직진해 다음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것이 원래 노선인데, 이를 이탈했다.

첫 사고 3분 뒤인 밤 11시 46분쯤 문제의 버스는 송파구청 사거리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와 승용차 등 차량 5대를 스친 뒤 앞에 있던 30-1번 시외버스를 뒤에서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와 30-1번 시외버스 승객 이모(19·대학생)씨가 숨졌고 이씨의 과 동기인 장모(19)양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으며 10여명이 다쳤다. 버스 기사는 마라톤을 즐길 만큼 건강했고 술을 멀리한 사람이어서 사고 원인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염씨 버스에 탔던 강모(17·고교생)군은 “첫 사고 뒤 '멈춰야 한다'고 말했지만 기사가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운전했다”고 말했다. 강군은 “20대 남자 승객이 '멈추세요!' 라고 소리 지르는 순간 갑자기 차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여 몸이 휘청했다”고 말했다.

같은 버스에 탔던 김모(43)씨는 “기사가 당황한 듯 '어~ 어~'라고 소리를 내면서 운전하는 걸 보고 브레이크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염씨가 충돌 직전에도 핸들을 도로변으로 꺾지 않고 직진하는 등 최소한의 방어 운전도 하지 않아 뇌졸중이나 심장마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나 전기계통 등 차체 결함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염씨는 기독교인이라 평소 술·담배를 하지 않았다고 가족들은 말했다.

염씨는 2010년 8월 이 버스 회사에 입사한 후 3318번과 다른 노선을 번갈아 맡았다. 회사 관계자는 “염씨가 지난 주말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을 만큼 건강했고 작년 10월 회사 건강검진에서도 신체적·정신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염씨의 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염씨 시신 부검과 해당 버스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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