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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전액관리제는 시한폭탄?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3-18 17: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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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곳곳에서 노사 간 충돌 고조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를 놓고 전국 곳곳에서 노사 간 갈등과 충돌을 빚고 있다.

1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전액관리제 위반 택시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을 촉구하는 각 지역 노조의 시위와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충북지회는 지난 11일 충북 청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주시는 전액관리제를 위반한 택시업체에 대해 영업정지 등 보다 강도 높은 행정처분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충북지회는 “최근 수입금 전액관리제 위반에 대해 과태료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에도 택시업체들은 개선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법치주의 근간을 무시하는 택시업체에 2차 행정처분을 내려 사납금 제도가 중단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택시업체들은 청주시가 전액관리제 위반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자 “전국적으로 전액관리제를 실제 시행하는 택시사업자가 거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청주지법은 “전액관리제는 법적 사항”이라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청주시 택시업체들은 “전액관리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즉각 항고한 뒤 기존 사납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대전지회는 지난해 12월 대전시에 수입금 전액관리제 위반업체 전체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전시는 진정 내용을 각 구청에 이관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대전지회 노조원들은 지난해부터 전액관리제 위반 사업장 처벌을 요구하며 매일 아침 시청사 앞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법은 있는데 지켜지지는 않으니 법대로 해달라고 싸우고 있는 것인데 관리·감독해야 할 관청은 여전히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대전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일단 전액관리제 시행을 유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전시는 “진정서 민원은 구청에서 처리 중에 있지만 양벌규정으로 사업주와 근로자를 함께 처벌해야 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전액관리제는 올해 택시산업발전법이 공표된 만큼 장기적으로 시행이 불가피하며, 시에서도 전액관리제 시행을 단계적으로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택시 전액관리제로 인한 노사 갈등과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때가 되면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택시 수입금 전액관리제는 말 그대로 기사는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회사는 기사에게 이에 상응하는 월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정금액의 사납금을 정하거나 회사가 차량운행에 필요한 연료비, 차량수리비, 사고처리비 등 제반 경비를 기사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는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길시 회사는 물론 기사도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이 제도는 1997년 9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신설됐으며, 3년간 유예를 두어 2000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택시업체들은 전액관리제 반대의 주된 이유로 불성실한 운전기사가 가져오는 손해를 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면 사납금제에서는 감춰져 있는 회사의 매출이 전액 드러나 여러 가지가 껄끄럽기 때문에 이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속셈이다.

전국택시연합회 관계자는 “전액관리제가 경영난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보니 이 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사들도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외면하고 있다. 전액관리제를 시행하는 업체의 경우 하루 입금기준액인 ‘1일 기준금’이라는 것이 있어 그 이상의 수입에 대해서는 회사와 기사가 다시 몇 대 몇으로 나누기 때문에 사납금제가 이름만 바꿨을 뿐 그대로 존속되어 있다는 불만이 높다.

전액관리제는 따지고 보면 성과급 월급제이다. 사납금제는 정해진 금액을 입금시키고 나머지를 다 갖고 갈 수 있으나 전액관리제는 입금액 기준을 넘은 금액에 대해서는 회사와 다시 분배(기사와 회사가 보통 6대4 정도)하는 점이 다르다.

이 점이 기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사납금만 입금시키면 나머지를 다 갖고 갈 수 있는데 왜 애써서 번 돈을 40%나 회사에 주느냐는 것이다. 또 월급을 더 받으면 갑근세를 비롯해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강제 납부 성격의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며 싫어하는 기사들도 많다.

이 같은 기사들의 반발 때문에 전액관리제를 시행했다가 다시 사납금제로 돌아간 사업장도 적지 않다. 회사와 기사들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정부가 큰 맘 먹고 추진한 전액관리제는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다.

노조 지도자들은 “그래도 택시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론 전액관리제로 가야한다”고 역설하고 있지만, 일반 조합원들에겐 이런 주장이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전액관리제가 실패작이 되어 버린 원인에 대해 노조 위원장들은 “수십 년간 사납금제에 길들여져 온 기사들의 취업관행, 하루하루 입금액 이외의 돈을 가져갔으나 빈손이 되어 버린 기사들의 허전함, 그리고 이런 데서 오는 불만을 회사가 부추기고 악용한 측면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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