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네바모터쇼서 정반대 주장…르노, “협력 경영” 쌍용차 “자율 경영”
외국 기업을 최대주주로 둔 르노삼성차와 쌍용차가 ‘경영 자율성’을 주제로 정 반대의 주장을 내놨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지분 80.1%를 보유한 르노삼성차와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분 72%를 보유한 쌍용차는 지난 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모터쇼에서 나란히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율성에 대해 엇갈리는 주장을 폈다.
제롬 스톨 르노그룹 부회장은 르노삼성차의 자율성에 대해 “자율성도 중요하지만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연합)의 일원으로써 더 큰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가 르노-닛산과 미쓰비시가 공동 개발하는 중형 세단의 생산을 맡거나, 유럽에서 팔면 마진이 3배 더 남는 QM3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자율적으로 일구어 낸 성과가 아니라 연합 구성원 자격으로 누리는 특혜라는 뜻이다.
스톨 부회장은 이어 “과거와 달리 생산량이 많아야 이익을 내는 '규모의 경제'가 굳어져 독자적인 경영보다 연합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르노의 주장을 반박이라도 하듯 “자본과 경영은 분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힌드라가 대주주지만 쌍용차는 (한국GM, 르노삼성차와는 달리) 한국에 자리잡은 국산차 업체”라며 자율 경영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이 사장은 “미국에 진출하더라도 마힌드라에 투자해달라고 손 벌릴 생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며 “우리가 개발한 엔진과 미션을 단 쌍용차로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할 때 떠안은 회사채 950여억원도 최근 전액 상환했다.
자본과 경영을 엄격히 분리하는 만큼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술을 마힌드라에 빼앗길 우려도 없고, 신차를 공동 개발한다면 양사가 비용을 절반씩 부담할 것이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자율성 유무가 자회사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의 성적은 쌍용차가 우세한 편이다.
쌍용차는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6만3970만대를 판매해 르노삼성차(6만28대)를 제치고 4위를 차지한 이후 올해 1∼2월에도 월 5000대 이상 판매 기조를 유지하며 4위 굳히기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차 내수 실적도 올해 1월 전년 동기보다 16.9%, 2월은 16.7% 증가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쌍용차의 성장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르노삼성차 스톨 부회장과 쌍용차 이유일 사장의 발언은 대주주 기업인 마힌드라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경영방식과 일맥상통한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자신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는 것과 달리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은 중요 사안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다.
모기업의 경영방식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만큼 신차개발이나 해외진출 등 굵직한 경영현안에 있어서도 쌍용차와 르노삼성차는 앞으로도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