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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왜 ‘자동차 하이마트’ 없나?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2-27 19: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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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선 보편화…소비자는 유리, 자동차업체들은 애써 '무관심’
미국, 유럽 등에서 보편화된 '자동차 혼합판매제도'가 왜 국내에선 도입되지 못하는 것일까?

자동차 혼합판매제란 자동차 제조회사와 별개로 독립된 판매 딜러가 다양한 브랜드의 차량을 한곳에서 판매하는 제도다. 딜러가 여러 자동차회사로부터 차량을 대량으로 사와서 소비자들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딜러 한 명이 한쪽에서 포드 차량을 내놓고 다른 쪽에서는 GM 차량을 전시하는 식의 판매점이 흔하다. 하이마트처럼 다양한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모아서 파는 것이다.

혼합판매제도를 도입해 여러 자동차를 섞어 팔면 소비자들에게는 이득이 된다. 한곳에서 비교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발품을 팔 필요가 없어진다.

국산차 메이커별 시장점유율. 가격 면에서도 소비자가 유리해진다. 브랜드 간에 경쟁이 이뤄져 자동차 제조 회사들이 차량 출고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혼합판매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현대·기아차의 독점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혼합판매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동차회사와 계약을 맺고 판매를 대행하는 대리점들도 상당수가 혼합판매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지금처럼 자동차메이커에 갑을 관계로 묶여 있는 것보다는 미국식 딜러로 자율성을 갖는 게 좋다"며 "여럿이 동업하면 넓은 전시장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개인에게 판매한 역사가 오래된 미국, 유럽 등에서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만들기에 집중하기 위해 판매는 딜러에게 맡기는 방식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 이후 내수 시장이 급성장한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회사들이 자사 대리점을 통해서만 판매하는 길을 선택했다.

정부는 혼합판매제가 소비자 권익에 도움이 되고 법적인 걸림돌도 없어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나 당장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존 자동차 메이커 직영 판매조직의 저항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국 1567개인 대리점의 절반인 776곳을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현대·기아차의 정직원이고 대부분 노조원인데 그 숫자가 1만명에 달한다. 혼합판매제가 도입되면 직영점 직원들의 설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노조 차원의 반대가 클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나머지 절반의 판매조직과 르노삼성·쌍용차는 본사와 계약을 맺은 판매업자들이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차를 팔고 있다. 또 한국GM이나 수입차 업체는 대형 딜러 업체를 통해 차량을 팔고 있다.

혼합판매제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드러내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내심 불편해하고 있다. 혼합판매제 도입으로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 출고 가격을 끌어내려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혼합판매제를 했을 때 많은 차량을 사가는 딜러의 힘이 세질 수 있다는 것도 본사 차원에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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