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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택시 임금협정 개입 ‘논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2-03 14: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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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이드라인 미준수 업체들 특별점검…업체들, “완전 ‘갑’의 횡포” 반발
 
서울시가 택시 노사 중앙교섭을 통해 체결한 ‘임금협정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업체들에게 ‘초강수’를 두자 이에 대한 법적 정당성 여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강서구 소재 D운수, D교통, K운수, S택시 등 4개 업체를 시작으로 ‘임금협정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택시업체에 대한 특별 지도점검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많게는 단속원이 30명 가깝게 투입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준수사항 이행여부 등을 포함한 소방, 건축, 환경, 노동 등 총 8개 분야에 대해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지도점검으로 적발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관련규정에 따라 고발, 시정명령, 과태료,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행정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255개 택시회사가 가이드라인에 따른 임금협정이 완료될 때까지 점검을 계속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 미준수 택시회사들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제 위반 및 법인세 탈루 여부도 추가로 점검한 후 필요한 경우 검찰·경찰 수사 및 국세청 세무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는 사납금 과다인상으로 억울함을 당하는 택시운전기사의 신고를 효과적으로 받기 위해 무기명으로 회사의 가이드라인 위반 사실을 신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위반 택시업체 신고 사이트’를 지난달 22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사이트는 서울시 홈페이지 접속 후 ‘분야별 정보’에서 ‘교통 홈페이지’에 들어가 ‘택시업체 신고’ 배너를 클릭하면 된다. 별도의 회원가입과 실명확인 절차가 필요 없고 업체명과 회사주소를 기재하고 위반내용을 간략하게 작성하면 된다. 작성이 곤란한 경우에는 핸드폰으로 종전 임단협 내용과 개정 임단협 결정서를 찍어 사진으로 올려도 된다. 서울시는 신고된 업체를 대상으로 시·구 합동 점검반을 현장에 투입, 특별 지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 이후 노사가 합의한 ‘임금협정서 이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1월 현재 임금 협상을 끝낸 144개 업체 가운데 40개 업체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7개 업체는 사납금 인상 2만5000원 이하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13개 업체에선 1일 근무시간을 기준 근로시간(주 40시간·일 6시간40분)보다 1시간가량 줄였다.

서울시는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 대해 소액 카드수수료 지원금 지급을 중단하고 한시적으로 일부 허용한 차고지 밖 교대를 금지하는 등 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서울시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택시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사가 자율적으로 맺어야할 임금·단체협상까지도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행정관청의 권한을 넘어 과도한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A업체 사장은 “서울시가 세계 어느 민주 자본주의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며 “국정 기본방침인 노사 간 자율협상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으로, 택시 노사관계를 후진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B업체 사장은 “택시업계의 임금협정은 그동안 중앙교섭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고, 그 발판위에서 자율교섭을 해왔다”며 “특히 중앙교섭에 임금·단체협상을 위임한 택시노사는 서울시 255개 업체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아 중앙교섭에서 합의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서울시의 처사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서울시가 사기업인 택시업체의 임금·단체협상에 개입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명분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법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볼 문제라는 주장이다. 서울택시조합과 일부 업체들은 이미 법적 정당성 여부에 나섰으며 결과에 따라 소송도 준비할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업체들은 또 가이드라인대로 사납금을 2만5000원 이하로 올리면 올해 최저임금(1시간당 5120원)을 맞출 수 없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납금을 올리던지, 근로시간을 줄이던지 해야 하는데 둘 중에 하나만 어긋나도 시에서 ‘불법’이라고 하니 말도 안 되는 행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C업체 사장은 “최저임금 부족 부분에 대한 해결책 없이 가이드라인대로 임단협을 체결할 업체는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무조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하니 이런 ‘갑의 횡포’가 없다”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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