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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교통사고 예비 장애인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4-01-04 16: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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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차원 지원과 관심 더 쏟아야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에서는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25년째 간호하던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아버지와 30대 장애인 아들이 숨졌다.

부자의 시신은 식물인간 아들이 누워 있던 방에서 발견됐다. 두 사람은 바닥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란히 누워 있었다. 집 근처에 세워둔 아버지의 차 안에서는 ‘아들아 미안하다’는 짧은 글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버지가 아들과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들은 25년 전 대형 화물차에 치여 뇌병변 장애 1급 판정을 받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사고 당시 6살이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들 가족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아버지의 극단적인 선택에 가장 큰 원인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교통사고라는 예고 없이 닥쳐온 불행을 극복하고 사회복귀 재활과 자립에 성공한 케이스는 흔치 않다. 갑작스럽게 장애를 입게 된 교통장애인들은 삶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은커녕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는 상실감에 크게 좌절하고 절망한다.

특히 후천적 교통장애인이 느끼는 좌절과 절망감은 선천적 장애인에 비해 몇 십 배 크기 때문에 자살기도 등 삶 자체가 망가지기 쉽다.

다행히 이를 극복했더라도 그 다음 현실적으로 찾아오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견디기 힘들다. 교통장애인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의해 일정 보상이 정해지면 일시불로 보상이 이루어지고 그 보상금이 소모되고 나면 소득이 없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된다. 교통장애인이 가장일 경우 가정이 해체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같은 원인은 무엇보다 교통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이나 관심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보험료 중 일부를 활용해 후속적 지원을 해주지만 금액이 미미한 수준인데다가 지원요건도 까다로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아직도 교통사고장애를 개인적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교통사고는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 비장애인이 따로 없다.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기 때문에 교통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인 것이다.

만약 당신이 교통사고로 팔, 다리가 없어진 장애인을 봤다면 그 사람은 당신 자신이 될 수도 있다. 교통장애인 스스로 일어서는 재활도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과 대책이 더욱 절실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교통장애인 복지시책은 장애인만이 아닌 전 국민적 이해와 공감의 시각에서 실천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정부는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 법과 제도를 고치고 안전시설을 보강하며 홍보·캠페인을 통해 교통안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으나 교통장애인 안전망 확보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약속은 크게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교통사고 톱클래스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사고예방대책도 중요하지만 교통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교통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겠지만 정부도 이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장애극복 의지를 키워나가고 노력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서비스 개발과 지원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사회복귀 프로그램의 시행과 자립을 위한 소득과 주거, 일자리 개발, 가족단위 지원체계 구축이 우선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창업자금 지원이나 주거안전자금 지원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 더불어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교통장애인들에 대한 지속적 의료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자동차보험사, 자동차제조사 등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각별한 관심도 요구된다. 그 책임의 일부를 부담할 수 있도록 법적 시스템 마련도 검토해야 한다.

교통장애인과 가족들이 함께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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