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죽거리 지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서울 양재동. 여러 마리의 말을 마련해 두고 공문을 전달할 목적으로 다니는 사람에게 말을 제공해주거나 바꾸어주던 일을 했던 곳이다. 올해는 갑오년(甲午年) 말(午)의 해다. 우리나라에는 말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말은 힘과 역동성, 그리고 신성성을 상징하는 동물로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에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으며, 이러한 이미지가 지명에도 다수 반영되어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원장 임주빈)이 말의 해를 맞아 말과 관련된 지명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150만 여 개 지명 중 744개가 말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말과 관련된 지명이 가장 많은 곳은 전라남도로, 전라남도 장성군 남면 녹진리의 ‘마산’ 마을 등 142개의 지명이 확인됐다. 전라남도에 특히 말 관련 지명이 많이 분포하는 이유는 옛날부터 가축 관리가 편리해 말목장이 많이 설치되었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자별로 살펴보면, ‘마산’을 비롯해 ‘천마산’, ‘철마산’, ‘역말’ 등의 지명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마을 명칭 외에도 산과 고개에도 말과 관련된 지명이 다수 발견됐다.
말띠를 상징하는 한자는 ‘낮 오(午)’로서 시간으로는 오시(午時)라고 하여 하루 중 태양이 중천에 솟아 대지를 밝히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를 가리킨다. 달(月)로는 정오의 태양 높이가 가장 높아지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음력 5월을 의미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말을 십이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동물로 인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말의 다양한 모습과 관련된 지명이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많이 나타나는데, 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마이산’, 고개의 모습이 말안장을 얹는 말의 등과 닮은 ‘마령재’ 등이 대표적이다.
말이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됨에 따라 장거리 이동시 지친 말을 교환하고 쉬었던 선조들의 생활 모습도 지명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지명들은 경상북도 상주시 모소면 삼포리의 ‘역마루’, 충청남도 보령시 주포면 관란시의 ‘역말’ 등 ‘역(驛)’과 관련된 지명인 것이 특징이다.
‘천마산’, ‘용마봉’ 등의 지명에서는 말이 하늘을 나는 천상의 동물로 묘사돼 우리 조상들이 말을 신성한 동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새해 갑오년(甲午年) 말(午)의 해를 맞아 세상을 질주하는 말의 기세처럼 역동적이고 희망찬 한 해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