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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용하는 교통카드인가?
  • 이병문 기자
  • 등록 2013-09-08 19: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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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호환 교통카드 사업…국토부·서울시 대립하는 진짜 이유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전국호환 교통카드’ 출시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008년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 97억원의 재정 지원으로 교통카드 전국호환 체계 마련에 착수해 올해 연말까지 지하철·버스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철도까지 이용하는 선불형 전국호환 교통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카드 한 장으로 전국의 버스·지하철은 물론 고속도로·철도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지난 3일 8개 시·도 관계자와 철도·도로공사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교통카드 전국호환 협약식과 시연회를 열었다. 이로써 국토부는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와 협의를 완료했다.

이 사업은 교통카드 사용자가 늘었지만 지역·수단·업체에 따라 요금을 별도로 내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는 여론에 따라 추진됐다. 하지만 전국에서 발행된 교통카드의 절반을 차지하는 서울시 교통카드(티머니)가 제외돼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그동안 서울지역 버스·지하철에서 ‘T머니’ 교통카드를 쓰던 시민이 새로운 카드를 사야 하는 불편과 경제적 부담이 생긴다며 전국호환 사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T머니가 전체 선불교통카드 시장의 53%를 차지하고 있고, 새 교통카드로 인해 T머니 교통카드 매몰비용이 최소 9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국토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뒤 늦게 국토부가 교통카드 정책을 시행하면서 전국 표준화라는 명목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T머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T머니카드로 기술표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서울시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T머니 카드를 전국호환 교통카드와 같은 조건으로 수용하면 다른 사업자들도 똑같은 주장을 하게 될 것이므로 표준기술을 보급해 호환을 실현하자는 취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기존 T머니카드와 신규 전국호환카드의 동시 사용이 가능하다며 서울시를 설득하고 있다. 여기에 전국호환 교통카드 설치 운용의무를 명시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부와 서울시가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는 실질적 이유는 한해 1700억원에 이르는 서울 교통카드 시장의 이권때문이다. 서울시는 T머니카드 발행사인 한국스마트카드의 지분 36.2%를 소유하고 한국스마트카드는 T머니카드 수수료로 연간 1100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 선불교통카드가 전국통합교통카드로 바뀌면, 카드 수수료가 고스란히 국토부 산하 도로공사로 넘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상 소비자의 편의는 달라질 게 없는데 누가 사업을 하고, 관련 수수료를 가져가느냐를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꼴이다.

국토부와 서울시 갈등은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교통카드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사용하느냐가 아닐까. 그게 바로 정부정책의 상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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